8일 오후 4시 30분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장. 토마스 쿨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증인석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쿨 사장은 "디젤 배기가스 문제와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 공식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동양식으로 사과 - 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최근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된 토마스 쿨(오른쪽에서 둘째)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맨 오른쪽)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동양식(式)으로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 두 사람은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이날 국감장에는 토마스 쿨, 요하네스 타머 사장을 비롯해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한국법인 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등 4명의 수입차 업체 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4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수장(首長)으로 수입차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4명의 수입차 기업 CEO가 국감장에 동시에 출석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시장에서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수입차 4社 CEO 국감 출석

이날 국감장에서 최고 관심사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디젤 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난 폴크스바겐그룹이었다.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리콜을 할 경우 연비(燃比)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보상할 계획인가"라고 질문했고,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은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범죄행위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대해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토마스 쿨 사장은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모든 사항을 투명히 전달하겠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일부 사람들의 범죄행위가 연루됐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의원들은 소비자 보상 계획 등에 대한 질문 공세를 이어갔지만, 쿨 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해 일부 의원들이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윤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차량을 구입할 때 자사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도록 유인하고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고 지적하자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금융거래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응당 처분을 받겠다"고 했다. 그는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하면서 차의 연비와 성능 저하를 막는 기술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도 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에겐 최근 벌어진 '골프채 사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골프채 사건은 광주광역시의 한 고객이 구입한 벤츠 차량에서 운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반복되자 2억원짜리 벤츠 S클래스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한 사건이다. 이윤석 의원은 국감장에 골프채로 차량을 부수는 동영상을 틀었으나 디미트리스 사장은 눈을 돌려 동영상을 외면했다. 사장들은 의원들이 질문할 때마다 통역사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굳은 표정으로 답변을 했다.

타머 사장은 딜러사에 대한 본사의 횡포를 지적하는 한 의원의 질문에 "그런 해프닝은…"이라고 답변했다가 항의를 받고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 사건이라고 해야 맞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보험료 인상 등… 惡材 속출

최근 미국에서 불거져 전 세계로 확대된 폴크스바겐(VW)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VW코리아는 물론 국내 수입차 시장 전반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VW과 아우디코리아에는 100건이 넘는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각종 세제 및 보험료 개정안도 수입차 업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리콜(시정 조치)도 크게 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리콜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수입차 리콜 대수는 17만5828대에 이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차 시장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6%를 넘어섰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높아진 점유율에 걸맞게 서비스와 사회 공헌 분야를 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