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호주 멜버른 대회와 2013년 미국 더블린 대회 등 이전 프레지던츠컵과는 확연히 다른 개막식이었다. 최고의 골프 스타들이 펼칠 공식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개막식이 열린 7일 오후 6시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 65년 전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올림픽, 월드컵 개최를 거쳐 세계 최정상급 골프대항전까지 열게 된 한국의 역동적 이미지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선수단 입장과 함께하는 취타대 연주, 트로피를 옮기는 가마, 대북·소북의 장단에 맞춘 영상과 컴퓨터 그래픽도 등장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봤던 앞선 두 대회 개막식이 가벼운 축제였다면, 이날은 친선과 화합의 정신이 묵직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한국서 아시아 최초로 개최

프레지던츠컵은 전 세계 225개국에 30개 언어로 중계되는 스포츠 빅 이벤트로 그동안 미국과 호주, 남아공, 캐나다 등 골프 대중화가 이뤄진 영어권 국가만 치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 개최하게 됐다. 8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다. 1994년 출범해 격년제로 열려 올해 11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미국과 유럽팀이 격돌하는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2대 골프 대항전으로 꼽힌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개막식에 참석해 우승컵을 놓고 미국팀과 세계연합팀 선수의 아내·여자친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미국 게인즈빌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명예 의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왼쪽 사진이 미국, 오른쪽이 세계연합팀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이다.
'그린의 별들'과 함께한 朴대통령… 프레지던츠컵 골프 오늘 티오프 - 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개막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형 대회 트로피 화면을 배경으로 양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쪽이 미국 제이 하스 단장, 바로 뒤가 팀 핀첨 PGA 투어 커미셔너, 오른쪽이 닉 프라이스 세계연합팀 단장과 최경주 수석 부단장. 미국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명예 의장(Honorary Chairman)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대회는 명칭처럼 개최국 행정 수반(대통령·총리)이 명예 의장을 맡는다. 박 대통령은 "2015 프레지던츠컵의 명예 의장으로서 전 세계에서 한국을 찾아준 골프 선수들과 가족, 팬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최고의 골프 스타들인 양팀 선수들이 역사에 남을 멋진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5년 대회 명예 의장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축사를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65년 전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던 곳 부근에서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열리게 됐다"며 "민주주의를 함께 지켰던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가 반세기를 넘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골프 스타, 그들의 여인

세계 남자 골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미국)와 2위 제이슨 데이(28·호주) 등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 골프 스타 24명이 나흘간 샷 향연을 펼친다. 양팀 선수 중 13명이 세계 20위 안쪽이다. 한국 골프 역사에 없던 장면이 인천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8일 대회 첫날 벌어지는 포섬 경기(두 선수가 공 하나를 번갈아 치는 방식)에선 미국이 마지막 5번째 카드로 세계에서 가장 퍼팅을 잘하는 스피스와 공을 가장 멀리 치는 더스틴 존슨(31)을 한 조로 묶었다. 이에 맞서는 세계연합팀은 뉴질랜드 교포인 대니 리(25), 마크 레시먼(32·호주)을 내세우는 등 반란을 꿈꾸고 있다. 스타의 여인도 주목받았다. 스피스는 고교 때부터 여자 친구인 애니 버렛을 대동했고, 필 미켈슨(45)은 아내 에이미와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양팀 선수들의 아내와 연인들도 팀별로 의상을 맞춰 입고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팀은 빨간 드레스에 흰색을 곁들인 디자인으로, 세계연합팀은 검은 계열 코드로 멋을 냈다. 핸드백도 맞춰서 들고 나왔다. 이들이 펼치는 응원전은 스타들의 샷 대결 이상 뜨겁다.

◇프레지던츠컵은 기부의 아이콘

이 대회가 남길 가장 큰 유산은 기부 문화 확산이다. 이 대회는 정상급 스타가 대거 나서면서도 상금이 없다. 대회 운영 수익금은 양팀 선수단이 지명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지난 10차례 대회에서 기부된 금액이 모두 3200만달러(약 371억원)였다. 이 대회 최고 스타로 꼽히는 스피스에게는 자폐증이 있는 열다섯 살 여동생 엘리가 있다. 스피스는 자폐증 및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돕는 조던 스피스 자선재단을 갖고 있다. 자기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운영해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기부 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최경주(45)는 "프레지던츠컵은 우리가 남을 돕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회"라며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기부금을 60억여원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