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져도 미국 경제는 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최근 시작된 미국 상장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보면,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신흥국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미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미국 펩시의 음료수 제품인 게토레이가 마트에 진열돼 있다.

6일(현지시각) 펩시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어든 163억달러(약 18조9700억원),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감소한 14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환율 하락(미 달러화 가치 상승) 영향으로 펩시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이다.

휴 존스턴 펩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러시아 루블화,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 수출시장의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탓에 미 달러화로 환산한 실적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었다.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월마트는 캐나다와 나머지 해외시장 매출이 각각 10%, 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해외 매출이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KFC, 타코벨, 피자헛 등 외식브랜드를 보유한 염브랜즈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염브랜즈는 올해 3분기 매출 증가율 목표치를 10%로 잡았지만, 실제 증가율은 2%에 그쳤다. 3분기 매출은 3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렉 크리드 염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매장 4400여 곳을 운영중인 KFC는 중국에선 그보다 많은 4800곳을 두는 등, 주요 브랜드의 전체 매출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남미,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의 경기 회복 속도가 떨어지면 미국 경제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화당국이 경기 회복을 낙관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미국 의류산업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중립(stable)’으로 낮췄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판매 수입이 줄어들고, 외국인 관광객의 미국 내 의류 구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무디스는 예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도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화 강세는) 순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최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달 FOMC는 27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열리고, 올해 마지막 FOMC는 12월에 진행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현지시각)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3.0%)보다 소폭 낮춘 2.8%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