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최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1억원어치 수표 다발의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50대 사업가라 밝힌 곽모씨는 5일 서울 수서경찰서 생활질서계에 전화를 걸어 "언론에 보도된 수표 다발 사진과 봉투 겉면에 펜으로 쓴 '1억' 글자를 보니 내가 보관하던 수표가 맞다"며 "새로 이사 갈 아파트 실내 장식을 하려고 따로 봉투에 넣어놨던 것"이라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일본 출장 중인 곽씨가 이번 주에 귀국하면 불러 수표 주인이 맞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수표가 든 봉투를 주워 신고한 청소부 김모(여·63)씨는 보상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 2일 타워팰리스 쓰레기 집하장에 버려진 여행용 가방을 살펴보다가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00장이 담긴 봉투를 발견해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곽씨가 주인이 맞는다면 김씨는 유실물법에 따라 보상금을 500만~2000만원을 받게 된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아파트 지하 2층 쓰레기 집하장. 지난 2일 이 건물 층별 쓰레기 소(小)집하장에서는 1억원어치 수표 다발이 발견됐고, 5일 수표 주인이라는 사람이 경찰에 연락해 왔다.

곽씨가 수표 주인이라며 경찰서에 전화하기 전 곽씨의 아내와 아들이 이날 오전 1시쯤 먼저 경찰서를 찾았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수표 이야기가 온통 화제가 됐는데 왜 이틀 동안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곽씨 아들은 "처음엔 그 수표가 우리 것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4일 저녁에야 일본에 있는 아버지가 뉴스를 보고 연락해 와 수표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네 은행 지점 12곳에서 작년 8월 발행한 이 수표에 대해 곽씨 가족은 "대구에 있는 부동산을 팔고 받은 돈"이라 했다.

만약 곽씨가 부동산을 팔고 현금을 받아 수표로 바꾼 것이라면 그가 주인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매각 대금으로 애초부터 수표를 받았다면 본인 확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수표 발행인이 곽씨가 아닐 경우 수표 최초 발행인과 이후 수표 유통 경로를 추적해야 한다"며 "100만원 수표 100장 뒷면에는 거래 과정에서 적어놓는 이름이나 연락처 등 이서(裏書)가 없다"고 했다. 또 경찰이 약식으로 확인한 100만원권 수표 100장 중 11장은 수표 발행인이 곽씨가 아닌 제3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가 대구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자기앞수표를 현금처럼 이서 없이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궁금증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곽씨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파출부 아주머니가 안 입는 옷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버리는 과정에서 실수로 봉투가 들어간 것 같다"고 했지만, 1억원이나 되는 수표 다발을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거래 때는 대부분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은 수표를 주고받았다는 점도 수수께끼다. 경찰 관계자는 "유실물 신고이기 때문에 수표 주인이 곽씨인지 아닌지만 조사할 것"이라며 돈의 출처를 조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1억원이 실내 장식 비용이라는 곽씨 측 해명에 대해 강남의 한 인테리어 업자는 "강남 50평대 아파트라면 그 정도는 보통"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