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국제사격장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사격 선수 대니얼 로저가 총을 쏘고 있다.

"경쟁자가 실격할 수 있었는데도 아낌없이 도와준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사격 종목에 참가한 트리니다드 토바고 선수 대니얼 로저(45·병장)는 대회용 총탄을 구하지 못해 실격할 뻔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고국에서 대회용 총탄을 구할 수 없었던 그는 한국에서 사려고 했지만, 허가를 얻기까지 시간이 부족해 실패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9㎜ 권총탄 300발을 지참해야 한다. 모국에서도 종종 총알 없이 훈련했던 그는 '분단국인 한국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냥 왔다고 한다.

로저 병장은 급하게 '총알을 구한다'는 글을 선수촌과 경기장에 붙였다. 이 얘기를 들은 참가 선수들이 기꺼이 자신의 총탄을 내줬다. 예선 하루 전날인 지난 3일 나이지리아의 압둘 마두(준위) 선수가 250발, 마르코 탈브비티(중위) 핀란드 선수가 150발을 빌려주기로 했다.

로저 병장은 빌린 총탄으로 4일 대구 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25m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예선을 통과해 7일 결승에 나선다. 반면 총알을 빌려준 압둘 마두는 탈락했다. 압둘 마두는 "같은 사격선수로서 그가 출전하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팠다"며 "스포츠는 경쟁이지만, 모두가 참가할 수 있어야 멋진 경쟁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