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퍼팅 콘테스트가 될 거예요. 속된 말로 '빠따 싸움'이 될 거라는 거죠."

최경주(45·사진)는 몸이 근질근질한 듯 퍼터를 빌려 구겨 놓은 듯 굴곡진 그린 위에서 공을 굴려보더니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2015 프레지던츠컵(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의 골프 대항전) 개막을 사흘 앞둔 5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이날 비공개 훈련에는 전날까지 도착한 선수 대부분이 코스에 나와 샷을 점검했고, 양팀 단장과 수석 부단장들은 작전 구상에 골몰했다. 미국팀은 오전 10시, 세계연합팀은 오전 11시부터 맑은 초가을 하늘 아래 호쾌한 샷을 쏟아냈다.

2003년과 2007년, 2011년 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던 최경주는 이번 대회엔 세계연합팀 수석 부단장을 맡았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 경험을 지닌 그에게 프레지던츠컵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그는 3가지를 눈여겨보라고 했다. '승부는 그린에서 난다' '포섬과 포볼, 싱글매치플레이로 열리는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분위기 싸움, 즉 매치플레이의 심리전이 중요하다' '어마어마한 장타자가 많이 왔으니, 파5홀로 가는 팬들은 진기한 구경을 많이 하시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번 대회 코스는 파72에 7380야드여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기준으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다. 그런데 페어웨이 폭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 기준으로 따지면 넉넉한 편이어서 마음껏 드라이버 샷을 구사할 수 있는 홀이 많다. 결국 대부분 레귤러 온을 하는 가운데, 누가 먼저 버디 퍼팅으로 연결하느냐는 승부가 될 거라는 설명이었다. 송도의 바닷바람과 그린을 엄호하는 벙커, 워터해저드를 신경 쓰다 보면 핀을 직접 공략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장거리 퍼팅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경주는 개인 능력 이상으로 '매치플레이의 심리학'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40·미국)도 분위기에 휩쓸려 매치플레이에서 지는 경우가 잦았다. 최경주는 두 명씩 짝을 이뤄 출전하는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나오는 세계연합팀은 성격, 출신 지역, 플레이 스타일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개인 면담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다고 했다. 최경주는 "이길 수 있는 카드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도록 대진을 짜다 보니 요즘 머리가 많이 셌다"고 농을 던졌다.

이번 대회엔 올 시즌 PGA 투어의 장타 부문 '5강'이 모두 출전한다. 더스틴 존슨(미국·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17.7야드) , 버바 왓슨(미국·315.2야드), 제이슨 데이(호주·313.7야드), 애덤 스콧(호주·311.6야드), J.B. 홈스(미국·309.9야드) 등 장타자 5걸의 샷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기회다.

세계연합팀은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에서는 미국을 앞선다. 이날 왓슨과 홈스는 빌 하스(미국)와 함께 연습하면서 장타 대결을 벌였다. 있는 힘껏 치는 공은 330야드를 훌쩍 넘기곤 했다. 이번 대회에는 3번홀(591야드), 7번홀(560야드), 15번홀(572야드), 18번홀(542야드) 등 4개의 파5홀이 있다. 이들은 우드가 아닌 롱아이언으로 투온을 시도하곤 했다. 주말골퍼들이 패까지 만들어 기념하는 이글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섬(foursome) 경기

한팀의 선수 두 명이 공 한 개를 번갈아가며 치는 방식. 한 선수의 실수가 팀 동료 선수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서로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함.

☞포볼(four-ball) 경기

한팀의 선수 두 명이 각각의 공으로 플레이해 더 좋은 스코어를 반영하는 방식. 좋은 성적만 기록으로 인정되므로 팀에서 한 선수만 잘해도 승산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