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서울 중심 도로가 자동차 매연을 벗고 말간 얼굴을 드러냈다.
4일 오전 서울시와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3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에서 걷기 참가자 1만여명과 자전거 타기 참가자 5000여명은 서울 광화문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각각 7.5㎞, 15㎞ 구간을 두 발, 두 바퀴로 누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광화문광장은 알록달록한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른 시각 광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무료로 배부된 풍선을 가방에 매달거나 고깔모자, 천사 날개 등 소품을 착용해보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자전거 타기에 참가한 단체 중 최다 인원을 자랑한 '은평구 자전거연합회'는 회원 86명이 파란색 점퍼를 맞춰 입고 광화문광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백(67) 연합회장은 "평소 한강변 외에는 동호인 50명 이상이 서울에서 단체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오늘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웃어 보였다.
오전 8시 정각 시속 25㎞ 이하로 달리는 자전거 A그룹이 선두에서 달려나갔다. 한꺼번에 수백명이 출발해 서울시청 앞에서는 잠시 병목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남산 3호 터널을 지난 내리막길에서부터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올해 새로 도입된 'DJ카(음악 방송 차량)'가 흥겨운 음악으로 맞이하자 참가자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부부가 함께 참가한 한관수(56)·성미혜(57)씨는 "터널 전후에서 밴드들이 나와 좋은 공연을 보여줘 자전거 타기가 지루하지 않았다"며 "연주를 하면서도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응원해주는 모습에 힘이 났다"고 했다.
마지막 자전거 대열에 뒤이어 출발한 걷기 참가자들은 더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유모차를 밀거나 반려견을 끌고 나와 함께 걷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가장 몰린 사진 촬영 명소는 남산3호터널 요금소였다. 터널 앞에서 줄을 서 사진을 찍던 참가자들은 "매일 자동차로만 다니던 곳인데 이렇게 멈춰서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이상하네" "이런 건 기념으로 남겨야지"라며 웃음꽃을 피웠다.
자전거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어한 곳은 강남성모병원에서 서초3동 사거리까지 약 2.5㎞ 길이의 오르막 코스였다. 힘에 부쳐 자전거를 끌고 가거나,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물을 마시는 참가자들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참가한 초등학생 박한준(12)군은 "마지막 오르막길을 지날 때 다리가 터질 것 같이 아파 중간에 내릴 뻔했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달려 도착점까지 오니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며 웃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에서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도착지인 반포 한강공원에 모였다. 걷기에 참가한 조성무(72)씨 가족 5명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흔들며 전체 코스를 완주했다. 단체명을 '독립유공자 후손'이라고 등록한 이 가족은 1919년 평안북도 의주군에서 3·1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했던 조광철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의주 출신 실향민인 조씨는 "몸이 건강할 때 평화 통일을 맞아 고향에 돌아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걷기를 통해 나와 가족 모두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걷기 코스를 완주했다. 박 시장은 "매년 참가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 서울 시민들이 얼마나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좋아하는지 느껴진다"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등 서울을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주로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같이 왔지만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 단체도 많았다. 3년째 직원들이 함께 참가하고 있는 SPC 그룹의 김범성 상무는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한 의미 있는 행사에 임직원들과 함께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임직원 가족 100여명도 걷기·자전거 코스를 완주했다. 이광구 우리은행 은행장은 "화창한 가을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서울 도심 차로를 걸을 수 있는 멋진 행사였다"고 말했다.
※교통 통제에 협조해 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협찬 : 우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