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2일·이하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수험생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건강관리다. 전문가들은 시험 당일 집중력을 최대한 높이려면 적어도 한 달 전부터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줄여 공부하다 보면 오히려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험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스트레칭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며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수면만큼 수험생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식사다. 수험생 중엔 소화불량이나 시간 부족을 이유로 아침밥을 거르거나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복(空腹)이 지속되면 두뇌에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이 안정적인 신체 리듬 유지의 핵심인 셈이다.

본죽 제공

◇수험생 건강식으로 제격인 '죽'

학습 효율을 높이는 데 아침식사는 필수다. 잠자는 동안 뇌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아침에 뇌 세포가 원활하게 활동하도록 하려면 밤새 부족해진 에너지를 식사로 보충해야 한다. 공복이 오래되면 신경이 예민해져 스트레스를 받기 쉬울 뿐 아니라 위 보호막이 훼손돼 위염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배불리 먹는 것도 좋지 않다. 혈액이 위장관으로 집중되면서 뇌로 들어갈 혈류량이 줄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영양을 보강하면서 포만감은 줄여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수험생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메뉴는 '죽'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르면 아침식사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죽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두뇌 활동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도 '매일 아침 일어나 먹은 죽 한 사발은 곡기를 일으켜 몸을 보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쓰여 있다.

오곡 쇠고기죽

실제로 최근 각종 죽은 수능이 다가올수록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 '본죽(www.bonjuk.co.kr) '의 지난 수능(2014년 11월 13일) 전날과 당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직전 주 평일 대비 1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전날 죽 판매량은 약 15만 그릇인데, 이는 같은 달 1일부터 9일간 일일 평균 판매량보다 약 7만 그릇이 더 팔린 수치라는 것이다. 본죽 관계자는 "지난해 64만여 명의 수험생 중 10%가 넘는 이들이 수능 도시락을 위해 죽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본죽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수능 시즌이 되면 '수능 죽 도시락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문자가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가져간 보온 도시락에 죽을 담아준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수능 당일 점심으로 죽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진영 본죽 경영지원실장은 "소화 잘되는 죽이 건강식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최근 몇년 사이 수능 당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시험을 앞둔 학생 식단을 구성할 때 하루 한 끼로 죽을 활용하면 생체리듬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복죽

◇먹으면 절대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 죽, 불(不)낙(落)죽

본죽에 따르면 수험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죽 메뉴는 '불낙죽'이다. 불낙죽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쇠고기와 두뇌 회전에 좋다고 알려진 DHA 함유량이 많은 낙지를 넣어 만든 죽이다. 장기간 시험 준비로 약해진 체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아닐 불(不)'과 '떨어질 낙(落)'이라는 동음이의어를 조합해 '먹으면 절대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 죽'이라는 기복(祈福)의 뜻을 담았다. 이 실장은 "맛과 영양을 고려한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상품명을 붙인 덕분에 출시 이후 수험생 선물용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복죽과 오곡쇠고기죽도 인기 메뉴다. 전복죽은 지난해 수능 전날 전국 본죽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대표적 보양 재료인 전복은 뇌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포도당·무기질·비타민·단백질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췄다. 해열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먹으면 좋다는 것이 본죽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낙죽

오곡쇠고기죽은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찰현미·찰수수·찰흑미·찹쌀·멥쌀 등 다섯 가지 껍질 있는 곡물에 기력 보충용 쇠고기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넣었다. 현미는 포도당의 공급원이 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씨눈에 든 단백질·비타민·철분 등 각종 미네랄은 두뇌 세포에 열량을 공급해 두뇌 활동을 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