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야, 미안해|김은의 글|허구 그림|한국고전번역원|156쪽|8000원

조선시대 선비 이광덕은 어느날 나무를 깎아 베개를 만들었다. 밤에는 머리에 베개를 받치고 잠을 잤지만 낮에는 베개를 던져버리거나 깔고 앉기도 했다. 그날 밤 베개가 꿈에 나타나 하소연했다. "주인님, 당신이 코를 골며 자는 소리가 기둥을 뒤흔들어도 저는 괴로워하지 않았고, 당신의 쇳덩어리 같은 머리가 험한 산처럼 무겁게 짓눌러도 저는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신은 제게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밀쳐내고 걸터앉으며 욕을 보이시네요."

이광덕은 흔한 나무 베개가 투정을 부린다며 꾸짖다가 잠에서 깨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베개에게 화를 내다니 잘못이구나. 베개가 금이나 옥으로 만들어졌어도 그랬을까. 쓰임에는 귀하고 천한 차이가 없는데 내가 잘못했구나."

우리 고전 속 지혜를 담은 우화 18편을 담았다. 사물에 빗대 넌지시 말하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준다. 고전 번역·연구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이 낸 어린이 책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고전 속 동물 이야기를 담은 '눈 셋 달린 개' 등 4권이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