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는 우리 주권의 표상이고, 애국가는 나라 사랑의 격조 높은 표현이며 무궁화는 민족정신의 이미지가 표출된 나라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무궁화의 라틴어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커스'(Hibiscus syriacus)이다. 라틴어로 '히비스커스'는 '접시꽃'을 의미하고 '시리아커스'는 중동의 '시리아'를 일컫는다. 얼핏 이름만 보면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인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각종 문헌과 자료를 보면 주로 동아시아가 자생지임을 알 수 있다.
18세기에 이 학명으로 무궁화를 분류한 식물학자는 스웨덴 출신의 카롤루스 리네어스이다. 그는 2년간 중동 지역을 답사하며 그 지역의 식물 연구 기록과 표본을 채집한 제자의 식물 표본에 근거해 무궁화의 원산지를 '시리아커스'로 명명했다. 그러나 16세기 유럽에서 무궁화를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무궁화의 종이 오래전 해외에서 시리아로 유입되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이 학명은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무궁화의 주산지인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임을 알려주는 다수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춘추시대의 지리서 문헌으로 저술된 '산해경', 진(晉)의 최표가 쓴 '고금주', 당나라의 구양순이 쓴 '예문유취' 등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군자의 나라란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무궁화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임을 밝혀준다. 물론 우리나라의 상고시대를 비추고 있는 '단기고사'와 '환단고기' 등 수많은 역사 사실에서도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임을 밝히고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무궁화를 소재로 시를 읊고 '무궁화'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운명을 같이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꽃으로는 유일하게 박해를 받기도 했다. 험난한 역사 속에서 우리 선각자들은 나라꽃 사랑을 민족 혼을 일깨우는 표상으로 앞세웠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의 눈물겨운 무궁화 사랑에도 정작 이 땅에서는 나라꽃을 별로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국가 정체성의 표상이 될 수 있는 나라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정부 청사, 관공서, 학교, 국립공원에서부터 무궁화 심기를 솔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궁화의 올바른 학명을 찾는 일이다. 자생지가 '시리아'가 아니라 '코리아'임을 밝혀 정당한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광복 70년 무궁화에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