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인 29일 밤 9시쯤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에 정박 중인 8t 규모의 연안 통발 어선 명준호 조타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배에서 일했던 선원 성모(32)씨가 "추석 떡값이 적다"며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다. 화재는 119 소방대에 의해 20분 만에 꺼졌다. 조타실이 전소하고 갑판 일부도 타서 1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성씨는 방화 직후 주변을 서성거리다 해경에 잡혔다. 너무나 어설픈 순간적 우발 범죄였다. 성씨는 노동 강도가 센 것에 대해 선장에게 불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추석 보너스까지 넉넉하게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을 마신 상태였다. 해경은 "성씨가 추석 보너스로 50만~100만원을 요구했는데, 선장이 10만원만 줘서 모멸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한국형 분노 폭발 범죄다. ①평소 불만 ②음주 상태 ③모멸감 등 삼박자가 겹치면서 분노 폭발이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경제 양극화와 경쟁 과잉 사회 분위기에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상대적 박탈감 ▲화가 나면 술부터 찾는 음주에 관대한 한국 문화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멸시감과 열등감을 유난히 못 참는 국민 성향 등을 꼽는다.

이런 맥락 때문에 작은 갈등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지나친 공격성이나 의심, 병적 방화·도박 등 인격 장애나 행동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만3000여명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많은 상황에서 특히 20대 남성 진료 인원은 최근 5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