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 시각) 워싱턴에 도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실무 만찬을 하고, 25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은 방미(訪美) 이틀째인 23일(현지 시각) 미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방문하고, 미 재계 거물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양국 경제 협력의 폭을 넓혔다. 또 22년 전 들렀던 시애틀 인근 링컨 고교를 다시 찾아 미식축구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 등번호는 1번이었다.
이런 행보는 남중국해 영유권·해킹·인권 등 난제(難題)가 쌓인 25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 외교'와 '추억 외교'로 갈등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펑파이(澎湃)신문망은 시 주석의 방미 전략을 '정묘전시 미묘대항(精妙展示 微妙對抗·정교하게 보여주고, 미묘하게 맞선다)'으로 요약했다. 굴기 하는 중국의 역량을 정교하게 보여주면서, 패권국인 미국과는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 주석 방미 기간 양국 정상이 군용기의 공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준칙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보잉 공장에서 "중국의 발전은 미국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이날 중국에 항공기 조립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중국이 380억달러(약 45조원)어치의 보잉 항공기 300대를 구입하겠다는 선물을 안긴 것에 대한 답례였다.
시 주석의 MS 본사 방문 때는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직접 영접했다. 시 주석은 이곳에서 "미·중은 안전하고 번영하는 사이버공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S가 개발 중인 입체영상(홀로그램) 기기인 '홀로 렌즈'를 써보기도 했다. 이날 MS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는 전략적 협력을 선언했다. MS에서 시 주석과 1분여간 중국어로 환담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계정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적었다. 중국은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저커버그는 "시 주석 면담은 영광"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미·중 기업 원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은 지금보다 더욱 큰 폭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초 개장할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대해 "(인허가 당시) 다른 관리들은 중국 문화에 더 기반을 둔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다양한 문화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디즈니 개장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미·중 간판 기업 30곳이 참석한 '원탁회의'는 중국 기업의 굴기를 은연중 과시한 자리였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알리바바와 하이얼 등 세계를 무대로 뛰는 자국 기업 15곳을 출전시켰다. 미국 기업과 '미묘한 대립' 구도도 만들어냈다. IT에선 알리바바·텅쉰·바이두 대(對) 아마존, 전자는 롄샹(레노버)과 IBM, 자동차는 완샹과 GM, 금융은 중국은행과 바클레이 해서웨이, 식품은 이리와 스타벅스가 맞서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 가오후청 상무부장은 이날 "미·중 무역 규모가 2024년에는 1조달러(현재 환율로 약 1200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5500억달러 규모다.
그러나 시 주석의 워싱턴 방문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티베트 독립단체 등은 백악관 앞 반중(反中) 시위를 예고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친척을 만났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정상회담 때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 12명은 오바마 대통령(2009년 수상자)에게 "시 주석을 만나면 투옥된 반체제인사 류샤오보(2010년 수상자)의 석방을 촉구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는 이날 중국 소행으로 의심되는 해킹 때문에 유출된 전·현직 공무원의 지문이 처음 추정했던 110만명이 아니라 56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