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자님이 너보고 예쁘대. 네가 TV 나와서 시청자들을 다 속였구나. 이를 어쩌냐."

배우 조재현(50)이 한복을 입고 있는 딸을 놀리자 조혜정(23)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슬쩍 흘겼다. 딸을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는 '딸바보' 아빠도, 아빠에게만 착 들러붙어 있는 애교쟁이 딸도 아니었다. 그래도 "'아빠를 부탁해'(SBS) 출연 전보다 많이 친해진 편"(조혜정)이란다. 사진기 셔터 누르는 소리만 나면 조재현과 조혜정은 '손하트'를 만들면서 척척 커플 포즈를 잡았다. 굳이 합을 맞춰보지 않아도 화음이 잘 맞는 듀엣을 보는 것 같았다.

14일 오후 조선일보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아빠를 부탁해’ 조재현·조혜정 부녀는 사진기를 들이대자 경쟁적으로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조혜정이 “아버지가 해준 요리를 처음 먹어봤다. 갈비찜과 미역국 다 진짜 맛있었다”고 칭찬하자 조재현이 “나도 내가 요리를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며 으쓱해 했다.

조재현은 약 1년간 '아빠를 부탁해' 제작진에 출연 요청을 받았다. 그는 "배우 조재현의 모습 말고 인간 조재현의 모습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제의를 거듭 거절했다. 게다가 딸이 배우를 꿈꾼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아내에게 전해들은 딸의 이야기 때문에 조재현은 출연 결정을 내렸다. "혜정이가 엄마한테 자기가 연기자만 아니면 무조건 출연하고 싶다고 했대요. 어렸을 때 아빠와 추억이 없어서 그걸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애교가 많고 귀여운 모습으로 인기를 얻은 조혜정은 실제로 부끄러움을 잘 타고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우연히 연기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이걸 해야지 내가 행복하겠구나"라는 걸 느꼈단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 연기를 통해서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게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연기를 공부하려니 아버지가 잘 알려진 배우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중학교 2학년 때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사춘기 때 아버지가 곁에 없었던 셈이다. 어차피 유학 가기 전에도 배우로 바쁜 조재현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엄마랑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엄마한테만 마음을 터놨어요.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있는데, 아빠에 대한 이미지는 없었어요. 차라리 무섭기라도 했으면 좋았을걸. 항상 바쁘셔서 저희랑 시간을 보내시질 않았거든요. TV에 아빠가 나와도 '연기 잘하는 배우' 정도로 받아들였죠."

조혜정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던 조재현이 "혜정이 오빠가 세 살 때였나? 아내랑 다툰 적이 있다.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갔는데 아내가 아이를 혼내는 걸 보고 아이 편을 들어줬다. 어쩌다 한번 나타나서 아이 교육 방식을 흔들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냥 지켜보고 표현을 안 하게 됐다"고 했다. "제가 가정을 일찍 꾸려서 그 소중함을 몰랐던 탓도 있어요. 스물넷에 결혼을 하고, 스물일곱에 두 아이 아빠가 됐어요. 감사하며 받아들이기엔 모든 게 넘쳤달까요."

방송 촬영 하면서 다툰 적은 없는지 물었더니 조혜정은 "아직 싸울 만큼 친해지진 않았다"며 "그래도 내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저랑 안 놀아주고 관심도 안 갖는다며 아빠를 원망한 데는 제 잘못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빠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고, 표현을 못 했을 뿐이었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았던 것도 반성했어요." (조혜정) "같이 방송하기 전에는 딸이 저를 싫어하는 줄도 몰랐어요. 허허. 혜정이가 술을 잘 마신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죠. 저는 소주 한 병 반만 마셔도 취하는데, 혜정이는 두 병 반에 거뜬하다던데요." (조재현)

이 부녀는 최근 '아빠를 부탁해' 방송 촬영을 하면서 조재현의 장모(이자 조혜정의 외할머니)와 함께 송편을 빚었다. 조재현과 아내는 모두 대가족 속에서 자랐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가족이 함께 양가를 찾아 식사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다. "유학 시절엔 추석 때마다 송편 사진을 보면서 친가와 외가를 그리워했어요. 외할머니와 아빠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두 분이 송편을 같이 빚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제가 다 가슴이 벅찼어요." (조혜정) "추석이나 설에만 친가, 외가 찾아뵙지 마세요. 가족일수록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