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소문만 있던 몰래 변론 아냐? 드디어 꼬리가 잡힌 거 같은데…."

지난달 법조윤리협의회 실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을 지낸 최교일(53) 변호사와 지검장 출신 임모 변호사가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제출한 수임 사건 기록들을 검토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수임했다고 신고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선임계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법원, 검찰 등의 사건 처리 내역을 검토해 선임계가 제출되지 않은 사건을 각각 7건과 5건으로 확인했고, 변협에 징계를 청구했다. 말로만 듣던 '미선임 변론'의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일부 사건에 대해 '선임계를 냈고 사본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변협의 징계 절차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 서울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변호사는 누구인가?]

이번 사건이 드러난 것은 다분히 변호사실 직원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두 변호사는 공직에서 퇴임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공직 퇴임 변호사'로서 수임 사건을 해당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방변호사회는 법에 따라 이 사건들을 법조윤리협의회에 보고하는데, 협의회가 두 변호사의 수임 사건 목록과 선임계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몰래 변론'을 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두 변호사의 직원이, 돈을 받고 수임한 사건 목록을 제출하면서 선임계를 낸 사건뿐 아니라 내지 않은 사건까지 담긴 목록을 실수로 제출해 우연히 들통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전관의 '몰래 변론'이 이런 '실수'가 아니라면 사실상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선임계를 내지 않길 바라는 의뢰인도 있기 때문에 의뢰인과 변호사가 입을 맞출 경우 찾아내기 극히 어렵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 임모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여러명 선임하고도 전관 변호사 이름까지 혹시 공개되면 검사나 판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선임계 제출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관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변호 활동을 하는 것을 담당 판사나 검사는 파악할 수 있지만,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직 판·검사들의 얘기다. 한 전직 검사는 "(전관 변호사가) 나중에 고위 공무원으로 다시 임용될 가능성도 있어 미선임 변론인 줄 알면서도 조용히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법조인들은 거물 전관의 몰래 변론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고 말한다. 한 검사는 "고위급 전관이 전화로 '나는 원래 선임계 안 내는 거 알지? 사건 좀 잘 부탁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내 사건과 관련된 전관 변호사가 간부들 방을 돌며 인사하는 모습도 봤다"며 "그런 경우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 중견 검사는 "전관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안면이 있는 사람이 전화해서 사건에 대한 부탁을 하면 '선임계 냈느냐, 정식 절차를 밟아라'고 매정하게 자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재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변호사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미(未)선임 변호 활동을 할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게 전부다.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거의 없다고 한다. 설령 몰래 변론을 하고 1억원을 받았다가 들키더라도 과태료 1000만원만 내면 그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선임계를 내지 않는 변호 활동은 범죄'라는 인식부터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 변호사는 세금 신고도 마쳤고 두 변호사 모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미선임 변론은 여전히 탈세와 법조 비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호사의 이름표'인 선임계 제출이야말로 투명한 변호의 시작이자 탈세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원로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가 신고 제도를 활성화해 적극적인 조사와 고발에 나서고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강화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