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축구하면 한국 응원하냐"…황당 질문 쏟아져
신동빈, 시종일관 웃으며 여유 보여…회의장에 있던 롯데 직원들 두 시간 만에 퇴장
신동빈 롯데 회장의 증인 출석으로 관심을 끈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는 기대와 달리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일부 의원들은 신 회장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지역구 민원 관련 질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관례처럼 반복되던 '증인 망신주기식' 국감은 볼 수 없었다.
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공정위 국감은 신 회장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인들의 열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례적으로 1층 국회 본관 로비에서부터 6층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실까지 취재진이 진을 쳤다. 전체회의실(국감장)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하기 전 취재진을 줄을 세워 들여보내는 진풍경도 그려졌다.
신 회장은 국감이 시작되기 5분 전 수행원 10여명에 둘러싸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다"란 말만 남긴 채 국감장으로 향했다.
그는 황각규 롯데 사장과 함께 국감장으로 들어왔고 증인석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았다. 예상과 달리 신 회장의 얼굴에선 긴장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신 회장은 자리에 앉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또 우려와 달리 능숙한 한국어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 회장은 국감이 시작되자 또 다른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해 "왕자의 난은 끝났고 제2의 왕자의 난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나 계열사 지분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말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영 방식이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선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과 롯데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신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가족 간 일로 국민과 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신동빈 국감'의 뜨거운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만 갔다. 여야 의원들이 기존에 보도된 언론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고,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송곳 질의'가 없었다.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국감장에 들어온 롯데 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웹툰(인터넷 만화)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국감이 시작된 지 두 시간도 채 안 돼 회의장 안에 있던 롯데 직원들은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다. 신 회장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거나 팔짱을 꼬다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자세를 바로잡았다. 중간에 퇴장하는 증인들과 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국감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황당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일본어로 '너 나가'라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신 회장은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자식한테 '너 나가'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냐"며 머쓱해 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신 회장이) 한국인으로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의 이 질문이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신 회장에게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내 지역구에 계양산이 있는데 이곳에 롯데가 골프장을 건설로 통행을 금지해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이 이에 "개인적으로 못하겠다고 약속하진 못하지만 골프장은 적절하다고"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자 신 의원이 "적절하다고요, 고집을 부릴 거냐"라고 되묻자, "부적절하다"고 말을 바꿨다.
국감장에 긴장감이 흘렀던 건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 때였다. 김 의원은 롯데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호텔롯데의 상장시 구주 매출할 경우 수조원의 상장 차익이 일본 롯데로 돌아가게 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김 의원은 "구주 매출을 한다 해도 상장 이후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 정도만 남기고 일본 계열사들이 나머지 주식을 팔아도 10조~15조원의 상장 차익이 예상된다"고 하자 신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에) 투자하면 고용도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한국에) 세금도 낼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 국감장에서는 우려와 달리 매년 반복되는 ‘증인 망신주기 국감’은 볼 수 없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다른 증인에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김 의원 외엔 고성을 지르는 의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