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변온동물이 아니라지만 그 어떤 동물보다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풀벌레 울고 서늘한 바람 부는 가을이 왔다는 얘기다. 이맘때면 작은 도전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양말이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값도 싸서 부담 없이 멋낼 수 있다. 발 건강에도 양말은 필수. 한데 양말을 맵시나게 신는 노하우는 따로 있다.

무채색 양말은 바지에 맞춰서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대표는 "요즘은 남성들도 옷에 맞춰 양말을 골라 신는 걸 즐긴다. 최근 남자들 사이에서 복숭아뼈가 드러나는 9부 바지가 유행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짧고 좁아진 바짓단 아래로 발목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양말에 좀 더 신경써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무채색 양말을 신을 땐 셔츠나 신발이 아닌 바지 색깔에 맞춘다. 무조건 바지와 똑같은 색깔을 고르란 얘기가 아니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는 '온도차'를 슬쩍 줘야 한다. 까만 바지에는 회색 계열, 베이지색 바지에는 갈색 계열 양말을 신는 식이다. 반대로 옷 색깔이 원색이거나 남들 눈에 튈 때 회색 양말을 신으면 기품 있고 섹시해 보인다. 알록달록한 옷을 점잖게 눌러주는 효과도 있다.

늘 신던 구두라도 양말만 살짝 바꿔주면 색다른 기분을 낼 수 있다.

'반대색' 효과에 도전!

색깔이 선명한 양말을 겁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이다. 신발이나 가방, 타이 같은 액세서리와 색깔이 잘 어울리는지만 점검하면 된다. 무늬나 장식이 있는 양말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다. 색깔 양말은 차분한 느낌의 단색 옷이나 위아래 의상 색깔이 같을 때 신으면 된다. 자신감이 붙었다면 보색(補色) 대비에 도전한다. 강 대표는 "검은색 정장 구두에 주황색 양말을, 초록색 스웨이드 단화에 벽돌색 양말을 매치하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으면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타이나 행커치프(윗주머니에 넣는 손수건) 색깔과 양말을 통일하는 것도 괜찮다. 워싱 처리(색상을 바래게 하는 것)를 하지 않은 생지 데님이나 무채색 계열의 치노 팬츠(면바지)에 색깔 양말을 신으면 실패 확률이 낮다. 줄무늬나 일명 '땡땡이' 무늬 또는 귀여운 캐릭터가 들어간 양말은 경쾌해 보인다. 다만 워싱이 많이 들어간 청바지나 무늬가 너무 많은 의상일 땐 피한다. 과한 건 독이다.

면바지엔 격자 무늬를

카키색이나 짙은 남색 치노 팬츠를 입었다면 같은 계열의 색이 들어가 있는 패턴 양말을 골라 본다. 면바지와 잘 어울리는 아가일(다이아몬드형 격자) 무늬 양말을 신고, 술 장식이 달린 끈 없는 구두(태슬 로퍼)나 발등 부분의 가죽 밴드 장식에 칼집을 넣은 구두(페니 로퍼)를 더해주면 캐주얼하면서도 격식 있는 차림이 가능해진다.

같은 양말이라도 앙고라나 두꺼운 느낌의 니트 양말은 부드럽고 포근하다. 캐시미어 소재 양말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니삭스(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는 길이에 따라 펌프스(굽 낮은 구두)나 부츠와 같이 매치하면 발랄하면서 섹시한 멋까지 두루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