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쌀 한 톨
논매고 피 뽑고 비료 주고
가뭄에 죽고 홍수에 휩쓸린 벼를
한숨으로 일으켜 세운,
등뼈가 휘도록 일해 거둔 벼가
가마니로 정미소로 들어가
드디어 쌀이 되어
와아아 쏟아져 나올 때,
그 자르르 윤기 도는 하얀 쌀을
돌덩이 같은 손으로 받아들고
이로 꼭 깨물어 씹어보고는
흐느끼듯 가슴으로 씩 웃으시던
아버지의 그 쌀 한 톨.
―권달웅 (1943~ )
쌀 한 톨의 그 '한 톨'이라는 말 속에는 그것을 가꾸고 익히기 위해 흘린 땀 한 방울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게 익힌 한 톨을 나누어 먹는 따스한 인정도 생각나게 한다. 그 한 톨이 너무 작기에, 그리고 너무 흔하기에 어쩌면 우리는 그 고마움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농사짓는 아버지에게는 쌀 한 톨이 생명의 피 한 방울처럼 소중하다. '가뭄에 죽고 홍수에 휩쓸린 벼를 한숨으로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등뼈가 휘도록 일해서 거둔 벼가 쌀이 되어 쏟아져 나왔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그러기에 아버지는 쌀 한 톨을 깨물어 먹어보고는 '흐느끼듯 가슴으로 웃으시는' 것이다. 아버지의 그 쌀 한 톨이 논에서 익어가고 있기에 가을은 더욱 각별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