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혼외(婚外) 자녀를 둔 백모씨가 별거 중인 아내와의 이혼을 허가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백씨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바람피운 배우자의 이혼 소송을 수십 년 불허(不許)해 온 대법원이 판례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례 변경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혼이 늘면서 이혼 후 상대적 약자인 여성과 그 자녀들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미성년 자녀를 둔 한 부모 가정의 63.1%가 모자(母子) 가구였다. 그중 이혼 후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받은 경우는 5.6%에 불과하고 83%는 전혀 받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배우자의 부정(不貞)으로부터 가정을 방어할 수단이 약화된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종전보다 넓히기로 했다. 미국·유럽·일본도 이를 폭넓게 허용하는 추세다. 다만 미국과 독일, 프랑스는 이혼 후 자립 능력이 없는 배우자에겐 부양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배우자나 자녀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클 때는 이혼을 허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1990년 재산 분할과 양육비 제도를 도입하고 위자료도 받을 수 있게 했으나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이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배우자에게 부양료를 따로 주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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