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성 소설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지뢰 도발 부상 장병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군에서는 수많은 병사가 병을 얻는데도 국가가 외면하는 일이 적지 않다. 통신병으로 근무하는 내 아들도 그런 경우이다. 아들은 입대 전 신체 단련을 통해 아주 건강한 몸을 만들어 군에 입대했다. 통신병은 수십kg짜리 무전기를 등에 지고 훈련에 참가한다. 아들은 입대 2년 차 들어 하지정맥류가 심해져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군에서 무거운 무전기를 들고 활동하다 하지정맥류 병에 걸린 것이다.

아들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수술을 받으러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나는 왜 군대에서 생긴 병을 군대가 치료해주지 않는가 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군 병원에 갔더니 하지정맥류를 수술할 능력이 없어 민간병원에 가서 치료하라고 했단다. 결국 아들은 휴가를 두 번이나 나와 서울의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백만원의 치료비는 가난한 작가인 내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두 번째 수술 시에는 의사가 신경을 잘못 건드려 수술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나를 가장 분통 터지게 한 것은 군대에서 근무하다 생긴 병인데 왜 군대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가이다. 더구나 아들의 상관은 군대에서 치료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물론 군에서 생긴 병이라도 군에서 고치지 못하면 민간에서 치료하도록 조치할 수는 있다. 이 경우도 치료비는 군에서 부담해야 한다. 은근슬쩍 가족에게 치료 책임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식으로 치료를 외면당한 병사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하지정맥류 같은 간단한 병을 군 병원이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조원의 국방비를 쓰고 수천 명의 의료 인력을 가동하는 군 병원이 간단한 치료술도 없다면 유사시 군인들의 목숨을 어떻게 살릴 수 있겠나. 정 능력이 안 되면 군 병원 의료 시스템을 민간병원에 용역으로 맡기고 능력 미달의 군 병원은 퇴출시켜야 한다. 미국의 군 병원은 최고의 치료 수준을 갖췄다는데 우리는 왜 이 모양인가.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다가 다친 병사의 치료를 책임진다고 했지만 내 귀에는 공허하게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