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잠실서 공연… 내년 2월 뉴질랜드 공연으로 막 내릴 예정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공연이다. 20년간의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퀴담은 전 세계 관객들과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마지막 월드투어 중인 퀴담은 내년 2월 뉴질랜드 공연을 끝으로 영원히 막을 내린다.

최근 몇년간 아레나(원형의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되던 퀴담이 서울 공연에서만 특별히 빅탑(가설 야외 공연장)에서 개최된다는 것도 뜻깊다. 초대형 텐트로 만든 공연장인 빅탑은 서커스의 정신과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최초의 퀴담 역시 몬트리올 빅탑에서 열렸다.

내용 면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최고의 아크로바틱 무용수와 음악가, 가수 등 46명이 ‘천상의 식탁’을 차려낸다. 붉은 천을 활용해 강렬함과 우아함의 극치를 표현하는 ‘에어리얼 컨톨션 인 실크’, 다섯명의 아티스트가 특수 제작된 컨베이어에 매달려 허공을 가르는 ‘스페니시 웹’, 놀라운 민첩성으로 인간 피라미드를 완성해내는 ‘뱅퀸’ 등 11가지 서커스 액트(Circus Acts)를 풍성하게 펼쳐놓는다.

두 명의 강인하고도 유연한 아티스트가 완벽한 균형감각을 보여주며 움직이고 있다. 퀴담의 아티스트들은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인체의 아름다움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태양의서커스는 묘기 중심의 서커스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서커스’로 유명하다. 퀴담은 태양의서커스 시리즈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정하고 무관심한 부모를 둔 어린 소녀 ‘조’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상상의 세계인 퀴담에 빠져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삭막한 세상에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진다.

2000대 1 경쟁률 뚫고 배역 따내… "한국 무대 설레요"

'조' 역할 맡은 알렉산드라 곤잘레즈

지난 2010년 4월 이탈리아 출신의 가수이자 배우인 알렉산드라 곤잘레즈는 세계적인 공연단 태양의서커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캐릭터 ‘조’ 역할을 뽑는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즉시 지원서를 보냈고, 몬트리올에 위치한 태양의서커스 국제 본사의 오디션에 초청받았다. 오디션을 치른 다음 날, 그는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의 ‘조’ 역할을 맡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오는 9일 막을 올리는 태양의서커스 ‘퀴담’의 한국 공연에 나선다.

알렉산드라 곤잘레즈

그는 서울에서 두 달이나 머물며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렌다고 했다. “보통은 한 도시에서 1주에서 2주가량 지냅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 공연에선 두 달이나 지내며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대됩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무대 위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은 모든 것들을 보상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르면 퀴담은 어린이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화려한 볼거리와 아름다운 음악, 익살스럽고 요상한 캐릭터로 가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깊은 의미를 담은 공연이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대를 완성하기까지는 여러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공연의 모든 액트들은 많은 양의 집중력과 연습을 요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공중 묘기는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이루어지는 가장 위험한 액트예요. 매 공연마다 많은 작업과 훈련, 연습이 요구되며 그 누구도 위험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지 않습니다. 매 공연마다 안전과 완벽한 공연을 펼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기술팀 분들과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죠.”

뮤지컬 ‘물랑루즈’의 샤틴 역,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역, ‘피터팬’의 웬디 역 등을 거치면서 배우로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이지만, 공연 시작 직전은 매번 떨린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조’는 공연의 막을 여는 캐릭터예요. 무대가 열리기 직전 몇 초간의 어둠과 침묵은 매번 저를 떨리게 만듭니다. 아무리 여러 번 똑같은 순간을 반복해도 늘 그래요.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항상 저의 떨림을 해결해 준답니다.”

한번은 독일 공연 도중 정전이 된 일이 있었다. 시스템이 리부팅 될 때까지 공연을 중단해야 했다. “그때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독일 민요를 부르기 시작했고, 동료인 존과 저는 무대에 올라가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사고였지만 관객들이 이해하고 즐거워해줘서, 아주 좋은 추억이 되었답니다.”

김세영기자

거대아치·회전 무대 '변화무쌍'… 보컬 요소 가미

무대 디자인과 음악

세계적 서커스단 ‘태양의서커스’의 아홉 번째 작품 ‘퀴담’은 독특한 무대 디자인과 정열적인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무대는 매우 단순하다. 무대 중앙엔 텔레프리크라는 높이 36.5의 거대한 특수 제작 아치가 놓인다. 5명의 아티스트의 공중 묘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가 이 아치에 설치된 컨베이어를 활용해 진행된다. 이 거대한 아치는 5개의 순수 알루미늄으로 된 레일로 만들어져 있는데, 각 레일 위에는 끝에서 다른 끝으로 두 개의 카트가 움직인다. 이 카트는 배우들과 아크로바틱 장비를 운송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된다.

무대 바닥은 고무 재질 매트와 함께 알루미늄 갑판으로 만들어져있다. 이 고무엔 빛이 통하는 20만 개 이상의 구멍이 뚫려 있어, 특별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즉, 이 바닥은 위와 아래에 각각 설치된 조명을 받아 메탈릭한 차가움과 눈부신 반짝임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색감과 각도에 따른 조명 변화는 공연의 분위기를 희극에서 비극으로, 비극에서 희극으로 즉각 바꿀 수 있다. 회전하는 무대는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현실 세계를 반영한다.

음악을 연주하는 6명의 실연자는 베누아 주트라(Benoit Jutras)의 열정적이고 강렬한 음악을 바이올린·첼로·퍼커션·색소폰·전자 및 클래식 기타·키보드 등의 다양한 악기를 통해 재현해낸다. 특히 태양의서커스는 퀴담 공연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보컬 요소를 시도했다. 가늘고 여린 어린 아이의 목소리와 굵고 강한 남자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이루어져 섬세함과 강렬함이 정교하게 맞물렸다. 연주자들은 절묘한 호흡으로 무대위 아티스트들의 연기와 싱크를 맞춰 낸다.

김세영기자

옷 250벌, 신발 200켤레… 모든 의상 맞춤 제작

의상 이야기

퀴담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 중 처음으로 평상복을 변형해 무대의상으로 사용한 공연이다. 이전에는 특수 제작된 의상을 사용했다. 파랑색에서 분홍색까지 점묘화법을 이용해 극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이는 공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모든 의상은 새롭게 개발된 신축성 있는 마(리넨)로 해진 느낌을 주는 직물을 사용했다. 다른 직물로 가죽, 삼베, 리넨, 양모(울), 벨벳 외 42가지 종류의 면직물을 썼다. 다음은 퀴담 의상에 관한 이모저모다.


- 퀴담에 사용된 의상은 250여벌이다. 약 500개의 액세서리와 200개의 신발이 사용됐다.
- 각 출연자 당 최소 2벌에서 많게는 7벌의 의상을 입는다.
- 모든 의상은 출연자에게 맞춤제작됐다. 각 의상마다 두 개씩 여벌이 있다.
- 공연의 처음과 두 번째 파트에 나오는 '뱅퀸(Banquine)' 공연단의 의상은 색깔만 다르고 디자인이 같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전쟁 이후의 비극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색깔을 사용했다.
- 공연에는 자연모와 인조모로 만들어진 20개의 가발이 사용된다. 모든 신발도 의상의 색에 맞춰 손수 칠했다. 매 공연마다 가방과 신발을 손질한다.
- 모자는 30개가 사용된다. '조'가 마법의 세계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퀴담 캐릭터의 중절모도 포함됐다.
- 퀴담 공연 팀은 의상 관리자가 의상을 잘 관리할 수 있게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접 가지고 다닌다. 모든 의상을 매일 세탁한다.
- 퀴담 의상 팀은 모든 의상을 직접 수선한다. 의상은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사용한다.
- 대부분의 원단은 직접 염색한다. 주로 하얀색이며, 몬트리올 의상 워크샵에서 직접 만든 색깔이다. 손수 염색하고 무늬를 그렸다.

박기석 기자

태양의서커스 퀴담

△날짜: 9월 10일(목)~11월 1일(일),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씨어터
△등급: 전체관람가
△관람 시간: 135분(인터미션 20분)
△관람료: 6만원~25만원
△문의: (02)541-6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