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엉터리 수요 예측이 문제…어려운 재정에 엎친 데 덮친 격
인천공항철도·고속도로에만 10년간 2조4349억원 손실보전
정부가 수요 예측을 잘못해 지난 10년간 보전해준 민자투자사업 손실액이 4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관련 손실액 80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메울 것으로 전망돼 가뜩이나 어려운 정부·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최소운영 수입보장(MRG)'을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10년간 민자투자사업 최소운영 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해 투입된 세금은 4조6787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부족한 예산 대신 민간투자 방식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추정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적을 경우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는 MRG제도를 BTO에 적용했다. 하지만 BTO에 따른 정부의 손실보전액이 급증하자 2009년 MRG를 폐지했다. 다만 폐지 이전에 MRG제도가 적용된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익을 계속 보장해주고 있다.
2005년 1484억원 수준이던 MRG 지급액은 참여정부 말인 2007년(1546억원)까지는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2008년 3664억원을 돌파한 MRG 지급액은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인 2012년에는 6547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에는 사상 최초로 8606억원을 돌파해 지난해에는 다소 줄어든 8162억원을 기록했다.
8162억원의 지난해 MRG 지급액 규모는 2005년 1484억에 5.5배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3664억원에 비해서도 2.2배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MRG 지급액을 받은 민자사업은 총 45건이었다. 가장 많은 손실을 보전 받은 사업은 인천공항철도로 2872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지난 10년간 무려 1조3776원이 인천공항철도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데 투입됐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 투입된 지난해 투입된 MRG 지급액도 925억원이었다. 지난 10년간 1조573억원이 투입됐다. 인천공항을 연결하기 위한 철도와 고속도로에 지난 10년간 투입된 세금은 2조4349억원에 달했다.
MRG 지급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정부가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이 크다. 인천공항철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01년 해당 사업을 민간 사업자와 계약하면서 2007년부터 30년 동안 예상 운임수입의 90%까지 메워주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인천국제공항철도 운임수입은 정부의 예측치보다 적었다. 정부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2조3485억원을 예상했지만 실적은 예측치의 6.8%인 1607억원에 그쳤다.
MRG 보장 기간인 2037년까지 매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MRG 지급액(2872억원)이 나가면 총 MRG 지급액은 7조9832억원에 이른다. 인천공항철도를 완성하는 데 쓰인 예산은 4조2000억원이다. 애초부터 정부 예산으로 공사를 했으면 3조7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의원은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MRG 적자 보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의 적정성 평가, 저금리 환경을 고려한 자금재 조달방식 도입 등을 통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BTO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건설(build)→이전(transfer)→운영(operate) 방식의 민간투자사업. 한 번에 큰 돈을 쓸 수 없는 정부를 대신해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해 소유권을 정부에 주고 일정기간 위탁 경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 MRG
최소운영수입보장. 민간 자본이 투입된 정부의 사업 수익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민간 사업자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지만 정부의 재정 손실이 커져 2009년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