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자살예방행동포럼 LIFE 운영위원

위암은 어떤 병일까?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하나? 위암 조기 검진으로 어떤 이익을 얻으며, 무료 검진은 어디서 받나? 이런 질문에 우리는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다. 예방법도 알고 실천할 능력도 있다.

이것이 건강 정보 이해 능력(Health literacy·건강 리터러시)이다. '위암' 대신 '치매'를 넣어보면 어떤가? 고령화에 따라 국가가 치매를 관리 대상으로 삼아 적극적인 교육 및 홍보, 조기 검진 사업을 펼친 결과 치매는 뇌 병변에 따른,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건강 문제가 됐다.

우울증은 어떤가. 첫 문단에 있는 '위암'을 '우울증'으로 바꿔 넣었을 때 쉽게 응답할 이는 얼마나 될까? 우울증을 이해하는 능력은 위암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우울증'을 '자살'로 바꿔보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내 친구·동료의 자살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감지했다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지 알고 있는가?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면 위기 상황을 잘 넘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이나 음주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면 자살의 약 절반은 예방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가?

위암이나 치매에서 보았듯이, 대중의 건강 이해 수준이 높아지면 건강 향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사회 전체 건강 수준이 높아져 보건 의료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지기에, 세계보건기구는 건강 리터러시 향상을 중요한 보건학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정신 건강 영역도 마찬가지다. 정신 건강 리터러시 향상은 정신 건강과 관련된 지식이나 태도 수준을 향상시킨다. 또 주변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때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돕는 행동도 실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신과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문적 서비스에 대해서도 오해, 편견, 낙인이 여전하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안고 사는 이가 약 85%인 현실에서, 국가가 정신 건강 이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표준화된 국민 교육안을 마련하고자 논의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다.

2013년 인구 10만명당 연령 표준화 사망률이 13.2명인 위암, 25.1명인 자살. 두 가지 건강 문제의 차이점은 건강 정보 리터러시 수준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중대한 공통점도 있다. 예방이 가능하다! 단, 국가가 관심을 갖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