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가운데 6자회담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이 재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적 노력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일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났다. 중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샤오첸(肖千) 외교부 한반도사무부대표도 취임 후 처음으로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과거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 자신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중국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북한과 수 차례의 물밑 협상을 통해 ‘2·29 합의’를 도출했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장거리미사일 유예 대가로 경제 지원을 하기로 한 조치였다.
하지만 북한은 보름 만에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미국은 이후 북핵 문제에 관심을 끊다시피하며 중국의 등을 떠밀어왔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주도적 해결 전략이나 의지조차 보여오지 않았다.
또 미국 국무부는 최근 6자회담 특사인 시드니 사일러가 물러난 자리에 별도로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이 당분간 그 자리를 겸임하도록 했다. 사일러 전 특사는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밑에서 대북 관련 접촉이나 회담 등을 도맡아서 해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문가인 사일러 전 특사가 대북 대화 창구에서 물러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내에 더는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2·29 합의 파기 이후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이 2·29 합의 수준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인다면 6자회담도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외교 당국도 6자회담 재개에 미온적인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미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다음주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 수석 대표인 성 김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또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 재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2·29 합의 파기 이후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기 전에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인내’의 틀을 유지해 왔다”면서도 “이는 우리의 입장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한·미·중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또 “미국이 현재 북핵 문제에 대해 굉장히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을 우회하면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등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다”면서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을 계기로 남북 대화 채널이 다시 열린 점 등을 활용해 북한으로 하여금 나름대로 진정성 있는 단계를 거쳐 6자회담에 나오게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일러 전 특사 이후 별도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 윤 원장은 “미 국무부 인사상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미국엔 사일러 전 특사 외에도 6자회담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성 김 대표도 있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언제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당장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에선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이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
윤 원장은 “북핵 문제를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 등을 본보기로 삼아 한·미·중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