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종규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1950년 이후 65년만에 최악의 엘니뇨가 나타날 수 있다고 1일(현지시각) 경고하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태평양의 수온 상승과 함께 일부 지역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농작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해수 온난화 현상을 의미한다. 이같은 현상이 대기에 영향을 미쳐 폭염과 가뭄 뿐 아니라 슈퍼 태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엘니뇨는 1997~1998년, 1972~1973년, 그리고 1982~1983년에 발생했다. WMO는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당시와 비교할 만큼 위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엘니뇨가 나타나면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수급 차질이 생겨 상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관련 보고서에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비(非)연료 원자재 가격은 1년간 평균 5.3%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엘니뇨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 가뭄이 심해지면서 이들 지역을 주 생산지로 하는 커피와 카카오, 팜유 등의 생산이 줄었다. 이에 따라 이들 상품의 가격 하락폭도 감소했다. 세계 최대 쌀, 설탕, 면화 생산국인 인도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강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커피를 생산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앙아메리카도 영향을 받고있다. 전세계 카카오의 60%를 생산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가격은 지난달에도 엘니뇨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면서 변동 폭이 커졌다고 네덜란드의 라보뱅크는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카카오 생산량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엘니뇨가 올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아직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일 호주 기상청의 엘니뇨 발표에도 시카고의 곡물거래소에서 농산물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올해는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로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곡물, 설탕 등 농산물로 구성된 소프트상품(soft commodities)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리서치업체 BMI의 아우렐리아 브릿쉬 아시아태평양 농업관련산업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소프트상품의 재고량이 충분해 엘니뇨 현상에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 설탕의 국제 시세는 파운드당 11센트를 밑돌아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국제설탕기구는 설탕의 이번달 재고가 연간 소비의 절반정도인 8300만M/T(미터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UNSW)의 기후변화조사센터 애거스 산토소 연구원은 “엘니뇨가 강수량에 미칠 정도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호주와 아시아 지역에 건조한 기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지역 농가들은 가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