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대화를 교환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통일과 관련해서는 두 정상이 주로 따로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협력 요청'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의 DMZ(비무장지대)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보여주었고,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 단면이기도 했다"면서 "한·중 양국의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의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남북통일과 동북아 정세 등 현안을 놓고 1시간38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윤병세 외교부장관.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3대 원칙'을 견지해 왔다.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시 주석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 국민의 2대 희망 중 하나가 비핵화이고 두 번째가 평화통일"이라면서 "남북한 양측이 대화와 신뢰에 기반해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었다. 또한 작년 7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측은 한반도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최종적인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 주석 발언도 표현이나 내용 면에서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다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북은 최근 고위급 대화를 통해 '8·25 합의'를 도출, 극단으로 치닫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와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남북 양측이 대화를 계속함으로써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는 '남북 간 대화를 통해서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에 중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우리 측의 '인내와 대화'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두 정상은 이번에 '의미 있는 6자 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6자 회담을 매개로 해서 북한을 '비핵화 논의의 장(場)'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다만 이번 회담이 과연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의 모멘텀을 살려낼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 한편에선 "현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북·중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이 쉽게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때는 이미 늦었다" "비핵화는 더 이상 협상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사실상 비핵화 협상을 거부해 오고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이후 미·러·일 등 다른 6자 회담 당사국들의 의지도 관건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6자 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열병식은 물론 공식 만찬 등 여러 곳에서 자리를 함께하게 된다.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일 3국(國)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은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당사국 정상들과 모두 접촉하게 되는 셈이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