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중동에서 입국한 입국객이 한 명이 일주일이 지난 이후 고열이 나고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겼다. 이 환자는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입구에 마련된 격리실에서 검사한 결과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음성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원인불명의 피부 질환으로 진단받고 4인실의 일반병실로 옮겼다. 입원한지 일주일이 지난 이후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이 열이 나면서 피부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등 집단 감염 증상을 보였다.

이 환자는 뒤늦게 감염병으로 의심하고 격리조치됐지만,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같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환자 사례가 나왔다. 이처럼 제2의 메르스가 일어난다면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2일 의료계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제2의 메르스가 발생해도 집단 감염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방역대책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24시간 감염 상황실을 운영하지만 다른 나라도 감지하지 못한 신종감염병은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질병관리본부에 독립된 권한이 없어 실시간 상황을 통제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지만 독립 부처가 되지 않아 복지부 산하기관의 관리망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법과 규정에 의해 질병관리본부의 책임과 권한을 명시해야 질병관리본부가 실시간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적절히 대처해도 병원 역시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는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진료의뢰서를 필수적으로 지참하고, 진료의뢰서의 비용을 별도로 책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환자가 대형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는 방법은 아니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복지부는 환자가 여러명 같이 입원하는 다인병실의 기준을 6인실에서 4인실으로 바꾸고 병상 간격을 넓힌다고 했지만, 감염병 환자 1명이 입원하면 같은 병실에 입원한 모든 환자는 감염병에 취약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응급실에 자유롭게 오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응급실 감염관리는 불가능하다”며 “또 감염병 진단을 1명이라도 놓친다면 다인병실 위주인 한국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확산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향후 예상되는 또 다른 감염병 발병 사태를 대비해 중장기적 국가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특히 시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대통령 직속의 보건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메르스만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은 “환자가 병원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구조는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 의료환경이 만들어낸 문화”라며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체계를 바꿀 수 있도록 복지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복지부 한 부처만으로는 감염병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국민과 환자, 의료계, 정부 등이 모두 합심해 국가 감염병 관리와 중장기적인 보건의료체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