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의 대중음악 시장을 중심으로 LP 앨범과 카세트테이프 등 추억속 ‘아날로그 음원’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레코드판’ 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비닐 레코드(LP)의 인기가 살아나면서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는 영국내 슈퍼마켓 매장에서 LP 앨범을 판매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역사 속으로 살아진 것으로 여겨졌던 카세트테이프 제조업체의 실적 상승이 화제다.
영국음반산업협회(BPI)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영국의 LP 판매량은 1995년 이후 최대인 130만장을 기록했다. 100만장 이상의 LP가 팔린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전체 음반 산업에서 LP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로 아직 보잘것 없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BPI는 전했다.
수익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테스코가 오는 4일(현지시각) 부터 영국 내 55개 매장에 LP 판매 코너를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테스코는 같은 날 발매되는 록 밴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새 앨범 ‘영혼의 책’(The Books of Souls) 출시에 맞춰 LP 판매를 본격화 할 계획이다.
테스코는 지난해 영국 기업 역사상 최악의 실적 중 하나로 기록 된 64억파운드(약 10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LP의 부활은 영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13년 610만장이던 미국 내 LP 앨범 판매량은 지난해에는 760만장으로 150만장이나 늘었다.
‘비닐레코드’(Vinylrecorder)라는 이름의 독일 기업은 간단한 조작으로 MP3 파일을 LP에 옮겨담는 기계를 선보이면서 관련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T-560이란 이름의 이 기계의 대당 판매가격은 약 4000달러(약 470만원)다.
LP에 대한 관심은 카세트테이프 판매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미국 최대 카세트테이프 제조업체 내셔널오디오컴퍼니(NAC)는 지난해 카세트테이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100만개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스티브 스텝(Steve Stepp)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집스럽고 멍청한 게 우리 영업 모델”이라며 “과거에 대한 향수의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NAC는 매출의 70%를 음악 테이프 판매를 통해 거두고 있다(나머지 30%는 공테이프). NAC의 고객 중에는 소니와 유니버설 뮤직 등 대형 음반사들도 포함돼 있다.
LP와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음원이 전달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만의 ‘따뜻한’ 음색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MP3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은 숫자 ‘0’과 ‘1’의 조합을 통해 음악을 재현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신호의 조합으로 표현되기 힘든 음역이 있다는 것. 전자기기 전문 매체 CNET의 음향 전문 기자인 스티브 구텐베르그는 이에 대해 “화질이 좋은 사진을 일단 신문에 넣으면 화질이 나빠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MP3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보급이 아날로그 음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촉매가 됐다고 주장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물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음악시장의 아날로그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인디음악 전문지 피치포크(Pitchfork)의 마크 리처드슨(Mark Richardson) 편집장은 관련 기고문에서 “레코드판을 거는 행위와 편안함을 주는 노이즈, 그리고 사무용품처럼 보이는 CD와는 구별되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LP 앨범 감상의 매력으로 꼽았다.
한편 IT 관련 기술력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일본의 경우 여전히 CD 판매가 전체 음악시장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 이채를 띈다. 스트리밍 서비스 비중이 90%에 달하는 우리나라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합친 비중이 60%를 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한 때 전 세계 음반 유통 시장을 주름잡았던 타워레코드는 디지털 음원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2006년 한 해 미국에서만 89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운영을 맡고 있는 타워레코드 일본의 경우 도쿄 시부야의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단독 매장을 비롯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내 8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은 5억달러(약 52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