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력 법관제가 '신종 전관 예우 공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판사 뿐 아니라 경력 법관제를 사실상 악용한 혐의가 있는 대구 지역 A법무법인(로 펌)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구지법원장과 대구고법원장 출신이 이끄는 A로펌은 대구고법 소속 재판연구원으로 일한 박모(31·여) 판사를 그가 관여했던 재판부 사건에 투입한 곳으로, '대구의 김앤장'으로 불리는 유력로펌이다.

박 판사는 2012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법, 대구고법, A로펌에서 1년씩, 3년 경력을 쌓은 뒤 올 해 경력 법관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박 판사가 변호사로 활동한 기간 동안 대구고법 재판연구원으로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지난 1일 검찰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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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박 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 여부와는 별도로 A로펌을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박 판사의 잘못된 처신도 문제지만, 박 판사가 일 한 곳인 줄 뻔히 알면서도 변호를 맡긴 A로펌이 더 문제"라며 "대구 변호사회가 문제의 로펌을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은 로펌이 법을 위반한 경우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구변회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 본 뒤 징계 신청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 판사를 검찰에 고발한 변환봉 변호사는 “소속 변회는 자체적으로 징계 개시 신청을 결정할 수 있다. 박 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개 문제”라고 했다.

비슷한 사건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B변호사가 재판연구원으로 일했던 재판부 사건을 변호사가 되어 수임한 것으로 판단, 지난 1일 변호사가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협에 신청했다. 태평양은 “B변호사가 재판 연구원일 때 해당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담당 변호사를 즉시 바꿨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재판 연구원 당시 사건을 취급했을 개연성만으로도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소속 변회가 법무법인에 대한 징계 신청을 접수하면 변협은 사안을 조사한 뒤 징계 수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