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학으로 판정된 13곳에 정부 재정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 또 앞으로 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정부 장학금'을 일절 받을 수 없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31일 전국 대학 298곳(일반대 163곳, 전문대 135곳)을 평가해 A~E등급으로 점수를 매긴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 및 조치 방안'을 내놓고 "이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학교 정원도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고교 졸업생 수가 크게 줄면서 이에 맞춰 대입 정원을 대폭 줄이는 정부의 '대학 구조 개혁'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31일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13개 부실 대학(전문대 포함)에 대해서는 모든 정부 재정 지원과 국가 장학금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경영 부실 등으로 폐교한 한 대학교의 빈 강의실에 비품이 쌓여 있는 모습.

4년제 대학 중에서는 대구외국어대·루터대·서남대·서울기독대·신경대·한중대 등 6개교, 전문대 중에서는 강원도립대·광양보건대·대구미래대·동아인재대·서정대·영남외국어대·웅지세무대 등 7개교가 E등급을 받아 '최하위 대학'으로 평가됐다. 재정 지원 제한을 받는 D등급을 받은 곳은 전문대 27곳, 4년제 대학 26곳 등 53곳이다. 일부 명문 사립대의 지방 캠퍼스가 D등급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역량 프로그램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관련 법안인 '대학 평가 및 구조 개혁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라 정부가 대학 입학 정원 감축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부실 대학이 재산권 처분을 통해 퇴출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어 '반쪽짜리 구조 조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 장학금 차단 등 '돈줄 죄기'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고교 졸업생 숫자가 현재 56만명에서 2023년엔 40만명까지 줄기 때문에 이에 미리 대처하겠다며 이른바 '대학 정원 16만명 감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시기별로 1주기(2014~2016년) 4만명, 2주기(2017~2019년) 5만명, 3주기(2020~2022년) 7만명을 줄여 40만명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연장선에서 교육부는 이번에 대학 구조 개혁 평가를 하고, 총점 기준으로 우수 그룹(A·B·C등급)과 저조 그룹(D·E등급)으로 나눴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동안 '전임 교원 확보율' '수업 관리나 학사 평가' '장학금 지원' 등 항목을 정량·정성 지표로 종합 평가해 '대학별 성적표'를 내놓았다. 성적이 나쁜 대학엔 '돈줄을 더 죄는 식'으로 재정 지원을 제한해 대학 구조 조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꼴찌 그룹인 E등급 대학은 내년부터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 국가 장학금·학자금 대출이 차단된다.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이 없는 상위권 대학(A·B·C등급)도 최상위 A등급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느 정도 입학 정원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방법을 통해 이미 대학들이 자율 감축한 입학 정원에다, 이번에 입학 정원 5439명을 더 줄여 내년까지 입학 정원이 4만7000여명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는 다만 "D·E등급을 받은 대학이라도 대학별 컨설팅을 통해 자율적 구조 개혁을 하고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 2017년에 다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쪽 구조 조정' 비판

하지만 정부의 '대학 구조 개혁 정책'이 애초부터 잘못된 설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학 정원을 시장 논리나 학생들 선택에 맡겨 줄이는 게 아니라, 교육부 평가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을 깎는 인위적 정원 조정을 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대학들의 정원마저 부실 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정원이 줄어,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고 크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도 상당하다. 이번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강원대는 아예 '불복' 선언을 했다. 강원대 측은 "평가위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정성 평가가 전체 평가를 좌우하게 돼 공정성에 강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D등급을 받은 수원대 측은 "짧은 기간 내에 266억원을 투자하고 입학 정원을 16% 감축하는 등 대대적으로 혁신을 단행한 올해 성과가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론 교육부가 반발하는 대학들의 정원을 강제로 줄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대학 평가 및 구조 개혁법'이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