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대한민국의 인적자원 개발정책과 학교교육, 평생교육 및 학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 ]
오는 2018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서 배우는 영어 학습량이 30% 줄어든다. 학생들 학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교육 당국의 설명이지만, 글로벌 시대에 학생들의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쉽게만 가르치고 평가하려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 일고 있다.
31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2015 개정 교육과정 2차 공청회'에서 교육부는 국·영·수 등 주요 과목 학습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 시안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교과목의 학습량을 평균 20%씩 줄일 방침"이라며 "특히 영어 교육과정은 적정한 학습 범위를 제시하는 '성취 기준 수'를 30%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어 교육과정도 성취 기준 수를 24개 줄일 예정이다. 지난달 1차 공청회에서 교육부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줄이기 위해 수학 학습량을 20% 줄인다고 발표한 이후 주요 과목 학습량을 대대적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가 잇따르는 것이다.
새 교육과정 개정안 시안에 따르면, 초·중·고교 영어 과목의 성취 기준 수는 지금의 142개에서 100개로 약 30% 줄어든다. 초·중등에서는 읽기·쓰기 성취 기준을 주로 줄이고, 고등학교에서는 읽기·쓰기를 늘리는 대신 말하기와 듣기 성취 기준을 줄였다.
영어 교과서에는 교육부가 정한 기본 어휘 외에 반영할 수 있는 어휘를 현행 20%에서 10%로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읽기·쓰기 성취 기준은 삭제하고, 고교에서는 말하기·듣기 성취 기준을 줄이기로 했다"며 "전체적인 영어 학습량이 줄어드는 대신 수월성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영어 독해와 작문' '영미 문학 읽기' 등 선택 심화 과목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영어 교육 성취 기준이 낮아지면 학생들 학습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과목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외국어 교육을 더 소홀히 할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외국어 교육이 꼭 입시나 학교 시험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닌데, 학생들 부담을 줄인다는 생각에서 학습량을 줄인다면, 결국 사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만 영어 실력을 쌓는 '잉글리시 디바이드'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교육과정 개편안에서 국어 과목도 성취 기준 수를 현행 183개에서 159개로 줄여 학습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국어 문법의 학습 범위를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예컨대, 사잇소리, 띄어쓰기 등을 포함한 한글 맞춤법을 4시간 내에 배울 수 있는 양으로 줄이기로 했다. 반면 초등 1·2학년 대상 한글 교육은 현행 27시간에서 2017년부터 45시간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에 연극 수업을 도입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게 할 계획이다.
수학은 초등부터 고교 공통수학까지 성취 기준을 감축하고 이수 시기를 상향 조정하는 등 '쉬운 수학'으로 개편한다. 고교 수학의 경우 지난 7월 1차 공청회에서 공개된 시안보다 더 쉬워졌다. 당초 배우는 학년을 높이기로 했던 '부등식의 영역'과 '수열의 극한'을 삭제하고, '확률과 통계'에서도 분할, 모비율 등의 내용을 없앤다.
이 같은 교육부의 전반적인 학습량 감축 정책이 우리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교과 내용을 30% 축소한 '여유 있는(유도리) 교육'을 도입했다가, 국제 학력 비교 평가에서 일본 학생들의 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자 폐기한 바 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임모(45)씨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려면 영어를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왜 영어 학습량을 줄이고 수능에서도 절대평가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대입이나 취업을 위해서는 사교육을 통해 추가로 영어를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거쳐 이달 내로 교육과정 개정안을 심의·확정할 방침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에 오는 2017년, 중·고등학교에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