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친구와 우정을 쌓으면서 매일 야구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요."
31일 '제2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가 막을 내린 경기도 이천의 LG챔피언스 파크. 최종 순위 결정전을 치른 한국의 2개팀(A·B팀)을 비롯한 7개국 8개팀의 선수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나이와 국경, 언어와 피부색을 초월한 열정이 녹색 다이아몬드를 뜨겁게 달군 나흘이었다.
◇야구는 만국 공용어
뜨거운 야구사랑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호주팀은 전날 경기가 끝난 뒤 수원KT위즈파크를 방문해 자국 출신의 프로야구 투수인 크리스 옥스프링과 만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경기 중엔 적(敵)이었지만 끝난 뒤엔 언니, 동생 혹은 친구가 됐다. 서로의 승부를 기념하기 위해 '셀카'를 찍는 선수들도 많았다.
외국 선수들은 3박4일의 짧은 기간에 한국 문화에도 흠뻑 빠져들었다. 한국 유학생 출신인 대만팀의 우이펀은 유창한 한국말로 팀원들에게 삼계탕과 인삼주 먹는 법을 가르쳤다. 홍콩팀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소개된 산낙지를 직접 맛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최신식 야구장인 챔피언스파크는 모두가 잊지 못할 장소였다. 홍콩팀 선수들은 "이렇게 좋은 야구장에서 뛰는 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A팀과 일본팀의 결승전을 찾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땀과 열정을 모두 쏟아부은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열정으로 하나된 여러분의 우정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작년에 LG컵 국제대회 창설을 주도했다. LG트윈스 구단주이자 경남중·고 기수별 야구팀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구 부회장은 2012년 한 여자야구팀과 경기를 치른 뒤 열악한 사정을 듣고 그해에 LG배 전국대회를 창설하는 등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일이 더 밝은 한국
2회 대회 우승컵은 또다시 일본팀에 돌아갔다. 일본의 실업팀 아사히 트러스트가 결승에서 한국의 A팀을 16대0으로 꺾었다. 한국B팀은 6위를 했다. 작년 1회 대회에도 한국 A팀이 일본의 대학팀인 오사카체육대학팀에 18점차(1대19)로 패했다.
일본은 여자야구 세계 최강이다. 최근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이 4개 대회 연속(2008·2010·2012·2014년) 우승을 했고, 여자 프로야구 리그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 대표로 나선 아사히 트러스트는 일본 클럽 최강전에서 세 번(2009·2010·2013년)의 우승 경력을 가진 일본의 정상급 여자야구 팀이었다.
하지만 희망도 있었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유소년 선수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A팀의 투수로 뛰었던 16세의 김라경은 최고 시속 110㎞가 넘는 공을 던지며 한국에서 내년에 처음으로 개최되는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활약을 펼칠 유망주로 떠올랐다. 김라경은 "여자도 야구를 직업으로 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 출범 당시 200여 명 남짓이었던 등록 선수 숫자가 올해 860명으로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 여자야구는 내년에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2008년 6위)을 경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여자야구 선수들은 이제 다음 달 말 개막하는 제4회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준비한다. 평일엔 회사를 마친 뒤 야구 아카데미를 다니고,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구입하며, 연습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