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 편의점을 이용한 50대 이상 고객은 전체의 11%였지만, 2011년에는 31%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20대 미만 젊은 층 비율은 1994년 59%에서 2011년 3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이색 아이디어를 쏟아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고령화 맞춤형 편의점의 변신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 점유율 40%가 넘는 1위 기업 세븐일레븐은 2000년 9월부터 도시락 배달 서비스 '세븐 밀(meal)'을 시작했다. 편의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한 사업으로, 편의점은 '방문 고객'만 상대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현재 전국 1만3200여 매장에서 실시 중인데, 회원수는 66만명(2015년 3월 기준)이고 그중 60세 이상 고객이 60%를 차지한다. 도시락 이외에도 일용품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함께 배달하는 점포도 많다. 세븐일레븐 측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편의점 서비스도 변해야 한다"고 했다.
로손은 지난 4월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 '노인돌봄 서비스(개호·介護) 로손 1호점'을 열었다. 노인요양 전문 서비스 업체와 연계해 운영하는 점포다. 지난 29일 오후 이곳을 찾아가보니,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큼지막하게 내걸린 '개호관련상품 코너'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전용 진열대에는 성인용 기저귀와 탈취제, 약물 섭취 보조기구, 노안경(老眼鏡), 1회용 가운 등 노인이 있는 가정에 필요한 물품 70여 개가 가지런히 전시돼 있었다. 이 밖에도 치아를 사용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수프, 고단백 저칼로리 레토르트 식품, 여름철 탈수 방지 영양 음료 등 노인을 위한 맞춤형 먹거리도 판매한다. 매장 통로는 휠체어를 타고도 둘러볼 수 있을 만큼 널찍했고, 계산대 옆에는 별도로 상담창구가 마련돼 직원과 재택 요양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다. 이 점포의 단골 고객이라는 이시다 미키(여·31)씨는 "이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댁을 방문할 때마다, 여기서 필요한 물건들을 한꺼번에 사간다"며 "상담 코너에서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도 있어 무척 편리하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로손은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향후 3년간 전국 30곳에 노인돌봄 서비스 전문 점포를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약국, 노래방, 바(BAR)… "합체형이 대세"
패밀리마트는 '약국+편의점' 일체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5월에 도쿄와 오사카에 첫 점포를 낸 이후, 현재 지역별 약국 16곳과 제휴해 약국편의점 32개가 영업 중이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남성과 젊은이들의 이용이 많고, 약국은 여성과 고령자가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고객층을 한꺼번에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한 점포다. 2018년까지 약국과 합친 점포 1000곳을 만들겠다는 게 패밀리마트의 목표다. 패밀리마트는 '노래방+편의점' 점포도 시도하고 있다. 작년 4월 도쿄 시나가와구에 첫 점포를 낸 이후 점차 수를 늘려가고 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나 안주거리를 노래방으로 바로 들고 가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점포의 특징이다.
미니스톱은 직장인 여성을 겨냥해 특별 점포 '시스카(cisca)'를 만들었다. '도시(city)의 작은(small) 카페(cafe)'란 뜻이다. 낮에는 커피와 야채 스무디, 발아 현미 주먹밥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건강식 메뉴를 판매하고, 저녁에는 프리미엄 생맥주와 안주 메뉴를 판다. 생맥주 1잔에 400엔으로, 일반 술집보다 저렴한 가격인데다 떡볶이와 새우볶음 등 여성들이 특히 선호하는 안주를 제공해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미니스톱 측은 "시스카는 여성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해 설계한 점포"라며 "출근길 또는 퇴근길에 느긋하게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편의점도 면세로 즐겨라
일본 편의점 변신의 백미는 면세점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전국 30곳에서 면세 점포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해, 지난달 면세 매장을 1000곳으로 늘렸고 연말까지 3000곳으로 확대한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계산기에 '면세 전용' 버튼을 달아, 이 버튼만 누르면 5분 내에 면세 정산이 끝나는 전용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에서 5000엔 이상의 물품을 구매한 외국인 고객이라면 누구나 8% 소비세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면세 편의점인 도쿄 아사쿠사 세븐일레븐 매장의 경우 중국 관광객들이 폼클렌저 등 인기 화장품과 지역 특산물 등을 '싹쓸이 쇼핑'하는 까닭에 자주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로손과 패밀리마트 등 다른 업체들도 일부 매장을 면세 점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