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최근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등학생이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쳐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자고 했다. 그러자 학생은 어디서 뭘 들었는지, 입원을 시켜달라고 했다. 의사는 당장 수술할 것도 아니고 검사를 위해 입원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은 민간 보험회사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입원을 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입원을 고집했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해보더니 다른 병원에서는 다 해준다며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돼 있나요?" 요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다.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발생한 의료비 중 환자가 직접 내는 금액을 보상해주는 민간 의료보험이다. 실제 손실을 보장한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는 2800만여명이다. 전 국민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가지고 있다. 환자는 본인이 내야 하는 진료비 중 10%만 내고 나머지 90%는 실손보험이 내는 식이다. 다음 달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 부분(비급여)은 가입자가 20% 내도록 올렸다.

병·의원이 환자들에게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느냐고 묻는 것은 그 질문 하나로 환자가 진료비 부담을 어느 정도 느끼는지 간단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스라면, 의사 측은 "진료비 부담 걱정 덜고, 치료나 잘 해보자"는 말이 된다. 환자 측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는 뜻이 된다. 환자 측에서 의사에게 "선생님, 제 상태를 차트에 어떻게 기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요?"라며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도 흔하다. 병원은 환자 접수 기록란에 실손보험 유무를 표시해놓고, 어디까지 검사나 치료를 받으면 실손보험이 적용된다고 친절히 안내하기도 한다. 이러다 조만간 사달이 나지 싶을 정도로 실손보험을 둘러싸고 환자와 의사 간에 의료행위 과잉 조장과 영리화가 심하다. 가입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일부 보험회사 영업 직원들도 여기에 가세해 고객 관리 차원에서 거꾸로 의료행위 남용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미 보험료를 낸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많이 타야 유리하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외래에서 해도 될 검사를 굳이 입원해서 하려 한다. 환자들은 더 오래 입원하려 하고, 의사들은 더 고가의 의료를 제공하려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적극적인 건강 증진을 통해 의료비를 낮추려는 절박한 이유도 없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간 진료의 상당수는 국민건강보험 속에서 이뤄져 건보 재정에서 부담하는 의료비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심하게 말하면 실손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과잉 진료 비용을 대주는 꼴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부실한 보장성을 메우려고 도입된 것이 실손보험이다. 갑자기 목돈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니 요긴하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합리적 의료 이용에 악영향을 주고, 건강 증진 활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의료 남용을 부추기는 것은 우려스럽다. 국가 주도 단일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에서 민간 실손보험이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도록 놔두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의료 영리화는 안 된다고 다들 그러는데, 실손보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