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퇴임 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기택(56·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보자가 한 발언이 전해 지자 법조계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 "존경받을 만한 결심"이라며 환영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박상옥(59·사법연수원 11기) 당시 대법관 후보도 인사 청문회를 통해 “퇴임 뒤 사건 수임을 위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저명한 변호사는 “이 후보는 진짜 똑똑하고, 드물게 올 곧은 법관”이라며 “전관 예우 문제와 같은 시대적 요청이 아니더라도, 오랜 법관 생활을 통해 느낀 바를 청문회 자리를 빌어 밝혔을 것으로 생각한다. 존경 받을 만한 결심”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한 부장판사도 "정말 바람직한 발언"이라며 "사법부 최고의 영예인 대법관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퇴임 후 공익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같은 법원 형사 부장 판사 역시 "사회를 위해 내린 중대 결단"이라고 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박 대법관에 이어 이 대법관 후보도 공개 석상에서 영리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제 대법관은 퇴임 후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그동안 전관 예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법부의 최고 어른들이 퇴직 이후 거액 사건을 수임하고 뛰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사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법조계에선 대법관들의 퇴임 이후 영리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잇단 공언이 좋은 관행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퇴임 대법관에 대한 예우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사실상 제한되는 만큼, 제도 보완을 통해 퇴임 대법관들이 명예로운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5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법조계 고위 공직자들의 퇴임 이후 법무법인, 개인 변호사 활동을 금지하는 대신, 공익활동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전직 대법원장 등의 공익 활동 지원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직 재직 당시 보수의 90%를 공익 활동비로 주도록 하고 있다.
한편 대법관 인준 표결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대결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는 바람에 이 후보자의 대법관 부임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