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 합동 검문소에서 박모(54) 경위가 쏜 총에 맞아 숨진 박모(21) 상경이 사고 전부터 가족에게 "박 경위가 자꾸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며 불안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가 과거 세 차례 우울증을 앓았던 사실도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경찰은 27일 박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박 상경의 아버지 박모(57)씨는 지난 26일 아들 빈소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휴가 나온 아들한테서 '박 경위가 자꾸만 총을 겨누며 장난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에는 '위험하게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느냐. 너는 항상 조심해라' 하고 일러두고 넘어갔는데, (그때 경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게) 너무나 후회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고 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의경들에게 물었더니 '박 경위가 두세 번 정도 총으로 장난을 쳤고 이번 여름에도 그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박 경위가 과거에도 의경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욕설을 하며 권총을 겨눴다가 거두는 장난을 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에도 총을 쏘기 전 '일렬로 서라'고 의경에게 지시했지만 일부 의경들이 겁을 먹고 피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우울증 약을 먹었고, 2010년부터는 증상이 다소 완화돼 불안 장애 약만 복용해 왔다. 박 경위는 사고 후 경찰 조사에서 권총 작동법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위가 리볼버 권총의 실탄 장전 순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첫 번째 약실에 실탄이 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숨진 박 상경의 모교인 동국대 학생·교수 등 30여명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와 진실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총기를 이용한 위협은 명백한 가혹 행위이며, 이번 사건은 가혹 행위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상경의 죽음을 순직(殉職)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