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 소비세율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0%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비(消費)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중형차 세금은 50만원 정도 줄고 소형차 세금은 34만원 남짓 감소한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대형 TV에 붙는 세금도 1만2000~9만원씩 내려간다.
이번 대책이 내구재 소비가 반짝 늘어나는 효과는 내겠지만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소비 심리를 되돌리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 경제는 2011년부터 성장률이 3% 안팎에 머무는 저(低)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민간 소비 증가율은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고령화 추세로 노후(老後) 대비에 대한 걱정이 커진 데다 113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고질적인 소비 침체 원인을 해소하기보다는 자동차·가전제품 세금을 깎아주는 식의 땜질 대책을 내놨다. 이러니 매출 감소에 직면한 대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책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역점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노동 개혁도 건성으로 흘러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6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결정하면서 노·사·정 협의가 4개월 만에 재가동될 전망이다. 협상 테이블엔 임금 체계 개편, 해고 요건 완화, 근로시간 단축 등 많은 과제가 올려져 있지만, 정부는 임금피크제 하나를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쟁점처럼 몰아가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이미 30대 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47%가 도입해 대세(大勢)가 기울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만으로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인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2년으로 묶여 있는 계약직 고용 기간을 다양하게 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좀 더 본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나이 든 공무원의 기득권은 그대로 두고 재정 절감 효과도 6년 후면 사라지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민이 맹탕 개혁이라 비난해도 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라며 자화자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이 종결된 후 26일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앞으로 경제 활성화와 노동 개혁에 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매번 갈증 나는 대책만 남발하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욕을 끌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장기(長期)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힘들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핵심 과제와 맞서는 정공법(正攻法)을 선택해야 한다.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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