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나온 A씨는 현대자동차 입사 열망이 무척 컸다. 좋은 국산차를 개발하는 데 자신도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져 왔다. 그런 그가 지난 상반기 현대차 입사 전형에 지원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A씨는 오랜 준비가 무색하게 서류 전형부터 탈락했다. A씨는 자기소개서의 절반 가량을 그가 어려서부터 현대차를 얼마나 사랑해 왔는지로 채웠다. 결국 자소서는 각종 자동차의 이름으로 메워졌고, 해외 여행지에서 현대차를 보고 난 후의 나름 벅찬 감동도 담겼다.
그러다 보니 자소서엔 정작 A씨를 소개하는 내용이 별로 담기지 못했고, A씨는 스스로에 대해선 거의 어필을 하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말았다. A씨의 가장 큰 패착은 현대차 인사부 직원들이 식상해 하는 현대차에 대한 애정 표현을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자소서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현대차는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다.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대우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대차 입사에 성공하려면 현대차가 아닌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개발, 플랜트, 전략지원 등 3가지 직군으로 나눠 선발한다. 개발 직군은 차량설계 등을 담당하는 직군을 의미하며 연구직(주로 이공계) 위주로 선발한다. (일반직(주로 인문계)은 개발 직군 중 자재 구매 담당 업무에만 지원할 수 있다.)
플랜트는 공장 운영, 품질관리 등을 맡으며 이공계만 지원할 수 있다. 전략지원은 경영지원, 재무, 영업, 마케팅 등 업무로 연구직과 일반직을 골고루 선발한다.
◇채용계획 올해 1만500명+a 선발
현대자동차 그룹은 하반기에 1만500명을 선발할 계획이며,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1만500명 가운데 계열사 별로 얼마나 선발할 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그룹 공채를 실시하지 않으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이 각자 선발한다.
현대차 인사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많은 대학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지원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좋은 대학을 나와야 현대차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신입직원들의 출신 학교 분포를 보면 해 마다 70개가 넘는다. 현대차 인사부의 류경남 과장은 “지원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스펙이 없는 합격자도 많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의 전형 과정은 서류, 인·적성검사, 1차면접(실무면접), 2차면접(임원·영어면접) 등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서류전형 : 하반기부터 한 개 였던 자소서 문항 수 대폭 늘려
현대차 서류에는 출신 학교 및 학과, 학점, 어학시험 성적, 직무 관련 자격증, 각종 수상 내역 등을 적도록 하고 있다. 기존엔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내역 등을 적도록 했는데 작년에 이를 없앴다. 또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사진을 첨부하지 않게 한 것도 이채롭다.
아직 남아있는 서류 상 스펙 가운데 학점, 어학성적 등은 따로 ‘몇 점 이상’ 같은 제한은 없다. 하지만 높을수록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점이 2점 대에 불과한 합격자도 있고, 토익 점수가 무척 낮은 합격자도 많다고 한다. 학점이 낮더라도 학교생활을 잘하고 이를 면접에서 잘 어필하면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자격증은 컴퓨터 활용 능력 같은 것은 의미없고, 산업안전관리자 같은 직군별 업무에 직결되는 자격증은 우대한다.
현대차는 하반기부터 자기소개서 평가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자소서에서 ‘당신이 해당 직무 분야에 지원한 이유와, 본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소개하라’는 한 개의 문항에 대해서만 쓰도록 했다. 글자수 제한은 3000자였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여러 문항으로 자소서를 쪼개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 자소서 작성이 예년에 비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자소서를 쓸 때 가장 삼가해야 할 것이 ‘어려서부터 길거리를 다니는 현대차를 보면서 현대차 입사의 꿈을 꿔 왔다’거나 ‘외국에 나가 현대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같은 문구를 쓰는 것이다.
현대차 인사부 직원들은 수 만장의 자소서를 처리한다. 지원자 입장에서 이 문구는 한 번 쓰는 것이지만, 인사부 직원들은 숱하게보게 된다. 류 과장은 “현대차와 관련해 상투적인 문구를 쓰는 사람은 평소 현대차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별 고민 없이 지원한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대단한 경험을 갖는 것은 어렵다. 평범한 경험이라도 가급적 많은 사례를 담아 본인 얘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현대차 측은 조언했다. 또 사전에 현대차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한 뒤 자신의 경험과 현대차를 연결시켜 써주는 게 좋다.
지방대를 나온 B씨는 공업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람있었다는 말을 한 정도에 그친 게 아니라, 공업사 고객의 현대차에 대한 느낌과 본인이 가져왔던 현대차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압축적으로 기술해 서류 통과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기서 오버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소서에 자신이 생각하는 지원 회사의 경영 전략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대차의 경우엔 피하는 게 좋다. 자소서는 말 그대로 지원자의 자기 소개를 중심으로 써야 한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인적성 검사 : 문제 해결 능력과 인문학적 소양 중요
이런 서류를 통과하면 합격인원의 대략 8배수 가량이 인적성 검사를 보게 된다.
인성 검사는 따로 정답이 없는 시험이며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성과가 좋은 내부 임직원을 여러 유형으로 나눠, 지원자들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테스트다.
현대차의 적성 검사는 논리적 판단, 언어 이해, 자료 해석, 정보 추론, 도식 이해 등 5개 분야로 돼 있는데 지식을 묻기 보다는 로스쿨이나 행정고시 1차 시험처럼 즉석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 시험 시간은 6시간에 육박한다. 서점에 현대차 적성 검사 준비를 위한 문제집에 많이 나와 있으니 한 두 개쯤 풀어 보고 시험에 들어가야 한다.
또 주관식 논술 시험도 보는데 역사 관련 에세이를 쓰도록 하는 등 인문계 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엔 ‘단기간 성장한 몽골·로마제국의 성장 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란 문제가 나왔다.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실무자 면접 : 연구직과 일반적 다른 전형
이 시험은 절반 정도가 통과해 최종합격 인원의 4배수 내외가 실무면접을 치른다. 실무면접은 2가지다. 우선 그룹 인재상에 맞는 사람인지를 보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면접이 이뤄진다. 통상 소수의 면접관이 다수의 지원자를 심사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현대차는 2명의 면접관이 1명의 지원자를 30분 간 자세히 살펴 본다. 자소서를 기반으로 지원자의 살아온 경험에 대해 세부적으로 묻는다.
이어 직무 면접이 펼쳐진다. 직무 면접은 지원 분야가 이공계 중심의 연구직인지 인문계 중심의 일반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직은 3~4명의 집단토론이 이뤄진다. 면접관은 2명이다.
토론에선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문제가 나오지 않는다. 각종 경영활동과 관련한 문제가 주어진다. ‘조직 내 신세대와 구세대 간 갈등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같은 기업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가 제시된다. 류 과장은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채용 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과제 분석 시간으로 20분이 주어지며, 토론은 30분 간 이뤄진다. 이후 면접관이 10분 정도 토론 과정 상 의문점에 대해 지원자 별로 질의응답을 한다. 그래서 총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이며 다른 지원자를 논리로 이길 필요는 없다. 류 과장은 “옆 사람을 경쟁자로 볼 필요가 없으며, 이기기 위해 오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연구직은 PT(프리젠테이션) 면접을 본다. 자동차 기술 관련 주제와 자료를 주고 15분 동안 준비해 5분 간 발표하는 방식이다. 자료를 살펴 본 뒤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면 된다. 이를테면 특정 부품의 품질 개선 방안 같은 주제가 나온다. 제공된 자료를 해석한 뒤 본인이 정한 포인트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된다. 이후 2명의 면접관과 15분 간 질의응답을 하게 된다. 류 과장은 “문제 이해력과 논리적 사고 및 전달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면접관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보다는 출제 의도에 맞는 설명이 중요하다. 류 과장은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출제 의도가 있다는 것이고 이에 맞는 설명을 해야 면접관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제공된 자료를 무시하고 본인만의 설명을 하면, 추후 각종 개발 과정에서 팀웍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임원·영어 면접 : 튈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
임원 면접은 합격 인원의 2배수 내외가 치른다. 인성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조직 적응 가능성을 본다. 3~4명의 면접관이 4명의 지원자를 심사한다. 한 조 당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로, 한 명 당 10분 정도 말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입사 후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 가장 보람있었던 경험 같은 질문이 나온다. 이와 함께 외제차의 시장 잠식에 대한 견해, 본인이 생각하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같은 자동차 산업 관련 질문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관련해서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류 과장은 “현대차는 직원이 6만2000명이 넘고 이들은 모두 다양한 개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는 곧 어떤 정답을 설정해 놓고 본인을 그 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면접에서 본인 스타일대로 자기가 강조하려고 했던 점을 강조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웬만해선 지원자를 압박하지 않는다. 최대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각종 질문도 부드럽게 하는 편이다. 스스로 달변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의 단어만 나열해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조언이다.
임원면접에 이어선 영어면접이 펼쳐진다. 별도의 배점이 있어서 임원면접 점수가 높은 사람이 영어면접을 잘하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나온다. 전공 선택 이유 같은 자기 소개와 관련된 질문이나, 지난 주말에 어떤 일을 했는지 같은 일상 관련 질문을 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류 과장은 “업무 과정에서의 의사 소통 능력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고난도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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