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양측의 국가 안보 책임자와 통일 분야 최고 당국자들이 '2+2 형식 접촉'을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 측에서는 군사·안보를 담당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북 교류를 담당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섰다. 북측에서는 군부 수장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대남 정책을 책임진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에서 국가 안보와 통일 분야 책임자가 '2+2 접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강경파와 비둘기파가 한자리에 모여 정치, 군사, 남북 교류 등 폭넓은 주제를 논하는 새로운 대화 채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황병서와 김양건은 지난해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방남(訪南)해 김관진 실장과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만났다. 황병서는 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 실장과 만나자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인천에서 "우리 사이에 관계 개선의 오솔길을 대통로로 만들자"고 말해 주목받았다. 황병서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노동당과 군부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최고위직을 맡고 있다.

김양건은 최근 이희호 여사의 방북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일 김정은 주재로 소집된 노동당중앙군사위 긴급 확대회의에는 참석했다. 김양건은 당·정·군 고위 인사에 대한 숙청과 처형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김정은 시대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남 라인의 일인자다. 그는 특히 이번 지뢰·포격 사전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했다. 포격전이 벌어졌던 지난 20일 당일에는 김관진 실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난하면서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북한 내부에서 비둘기파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관진 실장은 야전 사령관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을 거쳐 국가안보실장으로 발탁된 정통 군인이다. 그는 대북 정책에서 원칙을 중시한다. 청와대 통일비서관 출신인 홍 장관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김양건이 이번에 대화 상대로 홍 장관을 지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뒷전에 밀려 있던 우리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 간 '통-통 대화 라인'이 복원될지도 주목된다.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가 있을 경우, '2+2 채널'이 앞으로 대표적 남북 고위급 대화 라인으로 정례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