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시(市) 그랜드인도네시아몰 8층에서 CJ CGV가 'CGV 블리츠'라는 새로운 극장 브랜드를 공개했다. 한국의 영화 상영 1위 업체인 CJ CGV가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인 블리츠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스크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영화 상영 시장이 비로소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8월 현재 인도네시아 전체 스크린은 878개인데 'XXI'이라는 업체가 전체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CGV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CGV 블리츠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13개관을 열었는데, 2020년까지 80개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날 자카르타 CGV에 가보니, 시설은 서울에 있는 극장의 첨단 영상·음향 장비에 뒤처지지 않았다. 관람관 전체를 돔구장처럼 꾸민 스피어X관, 좌석 대신 트윈베드를 설치한 벨벳관 등은 서울에서도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었다. 극장 입구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팝콘부스, 오른쪽에는 무인발권기가 보였다. 한국에서는 무인발권기로 영화표를 사는 장면이 흔하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이날 처음 도입됐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무인발권기 앞에서 머뭇거리는 관객들에게 다가가 "비사까 아꾸 뭄반뚜무?(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젊은 인도네시아, 매력적인 스크린시장으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필두로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여가 생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영화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인도네시아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9배에 달하는 국토, 세계 인구 4위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극장 매출은 2007년 1174억원 규모에서 2013년에는 2478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2억5000만명의 인구는 둘째 치고서라도, 이 많은 인구의 절반이 25세 이하다. 인도네시아는 평균 나이가 29세밖에 안 되는 '젊은 나라'다. 커플이 주말에 극장 데이트를 즐기는 한국식 젊은이 문화를 이식하면 인도네시아 극장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 CGV에서는 두 좌석이 붙은 형태의 '스위트 박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형동 CJ 블리츠 팀장은 "밖에서는 손잡고 다니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슬람 문화의 영향 때문에 오히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커플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印尼, 어떤 영화를 즐겨보나
한국 CGV나 롯데시네마가 현재 가장 크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는 베트남이다. CJ CGV는 26개 극장, 롯데시네마는 16개관을 베트남에 열어 현지 영화 상영 시장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인도네시아 시장은 막 진입한 단계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대비 상영관도 부족하다. 인구 2만5000명당 영화관이 1개꼴로 있는 싱가포르에 비하면, 인도네시아는 인구 35만7000명당 상영관이 1개꼴이다.
CGV는 진출 첫해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영화를 인도네시아 스크린에 틀고 있다. 가장 크게 흥행을 거둔 한국 영화는 설국열차, 미스터 고, 감기, 명량, 스파이다. 올 9월에는 한국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베테랑과 암살도 자카르타CGV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영화란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 이른바 작품성이 훌륭하다는 영화의 인기는 시들한 편이다. 가령 우주의 구조에 대한 인류의 궁금증을 다룬 영화 '인터스텔라'는 한국에서는 괄목한 만한 흥행 기록을 거뒀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로 꼽힌다. 대신 속 시원한 액션을 보여주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큰 인기를 끌었다. 김석기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스릴 넘치는 액션영화나,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 혹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면서 "한국과는 흥행 양상이 달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감성에 맞는 콘텐츠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크린 한류, 동남아에 확산되나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맞서 한국 영화 붐을 이뤄낸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CGV 블리츠는 인도네시아 현지 영화를 상시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영화관도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토토의 작업실' 프로그램과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CJ CGV 인도네시아사업담당 임종길 상무는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발권할 수 있는 서비스도 CGV가 인도네시아에 처음 도입했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영화 제작, 상영 등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발전에도 기여하면서 인도네시아 스크린 시장에 뿌리내리는 현지화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