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까페형 창업보육센터 원조로 통하는 처쿠(車庫)카페가 한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의 창업대가(創業大街,Innoway) 에 있는 처쿠카페에서 만난 직원 천쟈오(陣姣)는 21일 “서울에 처쿠카페 분점을 내기 위해 한국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2011년 4월 중관춘에 설립된 처쿠카페는 베이징 최대 서점거리를 창업 준비 젊은이들이 붐비는 최대 창업거리로 변모시킨 주역이다.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애플처럼 젊은이들이 저비용으로 창업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에서 카페이름을 처쿠로 정했다고 한다.
중관춘 창업보육센터의 혁신 ‘처쿠카페’
중국 최초의 첨단기술개발단지인 중관춘에는 오래 전부터 창업보육센터가 있었다. 2002년 기자가 중관춘 취재를 할 때 소프트웨어나 바이오 같은 분야별 산업단지가 있었고 이들 단지 내에 특화된 창업보육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 센터는 대부분 각 산업단지 운영기관이 운영했다.
10여년만에 다시 찾은 중관춘의 창업보육센터는 까페형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외관은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창업보육센터 기능을 하는 곳이 하나의 거리에 몰려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특정 산업단지 속에 격리됐던 창업보육센터가 비즈니스 현장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를 두고 “중국에서 정부가 구축한 혁신클러스터에 창업카페와 같이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공간이 가세하면서 ‘중창공간(衆創空間)’이라는 중국 특유의 창업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관춘의 창업거리는 원래 서점들이 즐비한 거리였다.1985년부터 본격 조성된 서점가는 1992년엔 하이뎬구의 지지 속에 베이징의 대표적인 서점거리로 번창했다.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생활변화에 따라 상가가 활기를 잃자 2007년 일반 상가로 변모를 시도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돌파구는 2011년 서점가 한켠에 설립된 처쿠카페가 마련했다. 베이징시 산하 중관춘관리위원회는 2012년 2월 처쿠카페를 혁신형 창업보육센터로 지정하고 처쿠카페 입주기업에 대해 중관춘과학기술단지 입주기업과 같은 세제 혜택 등을 주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3w 등 유사한 카페가 생기면서 차이나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이뎬구와 중관춘관리위원회는 자연스레 형성된 이 추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정책지원을 확대했다.아예 창업보육기능이 있는 까페거리를 만들기로 하고 이 거리에 입주하는 까페형 창업보육센터 운영기관에 싼 값에 임대료를 주고,각종 보조금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중관춘 창업거리가 2014년 6월 문을 연 것이다.이 거리에 있는 까페형 창업보육센터에서 한잔 거피 값만 내면 노트북 pc 하나 달랑 들고 하루종일 사무실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처쿠카페에서는 20위안(약3700원)짜리 커피 한잔으로 카페를 사무실 처럼 쓸 수 있다.창업거리가 정식 조성된 지 1년이 갓 지난 지금 까페형 창업보육센터는 37곳으로 늘었다.대부분 민영이다.
창업 카페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중관춘 창업거리의 까페형 창업보육센터에서 젊은 기업인들은 돈 인재 시장 네트워크 멘토 기술을 구할 수 있다.”(레이샤오쟈오 중관춘 창업거리 관리회사 국제사무담당 직원)고 한다. 지난 18일 찾아간 3W 2층은 마케팅 세미나를 듣는 젊은 기업인들로 북적였다.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방문해 명소가 된 이곳 1층엔 3W 설립에 투자한 인사들의 얼굴사진들이 붙어있다.유명 TV앵커를 비롯해 성공한 벤처기업인들도 있다.이들은 처쿠카페를 이용하는 기어블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처쿠카페 게시판에는 자리가 모자랄 만큼 인재를 구하는 메모지 등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창업거리 운영을 맡고 있는 하이뎬구 산하의 관리회사인 하이즈커촹커지서비스의 왕첸 국제사무부 경리는 “창업거리에서 세미나나 제품 설명회 같은 행사가 매주 평균 30여차례 치러지고 이들 행사에 10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처쿠카페에션 매일 점심 시간에는 누구라도 사업설명회를 자청해서 할 수 있다.처쿠카페에서만 176개 창업준비팀이나 스타트업이 40억위안(약7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거리 중간엔 부스를 설치해 누구라도 무료로 제품 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지난 4월엔 창업거리 한 가운데에 원스톱서비스센터가 문을 열었다. 회사 등기부터 필요한 각종 공문 서류를 떼는 것은 물론이고 무담보 대출,법률서비스 등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평균 20만위안(약3700만원)이 안되는 소액대출이고 연6.5% 수준의 다소 높은 금리이지만 완전 무담보 신용대출이어서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게 센터측의 설명이다..
창업거리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600여개이지만 상주하지 않고 수시로 드나드는 기업인들을 포함하면 수천여개 창업기업인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처쿠카페에는 10여개 기업이 상주해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졸업을 하게된다.처쿠카페는 370여개 스타트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모두 직접 선발한 기업들이다.당초엔 연회비로 1200위안(약22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받지 않는다.처쿠카페 설립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3W 카페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게이츠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왼쪽 벽면에는 역대 IT 산업을 선도해온 기업들의 명단이 정리된 그래프가 보인다.최근 시간대에 중국 기업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창업 열풍 휩싸인 중국
창업거리가 활기를 띠는 것은 중국에 불고 있는 창업열풍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2014년 첫 커리어로 창업을 선택한 인력은 약 290만 명으로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한 반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140만 명으로 사상 최저 기록”(포스코경영연구원)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 불어닥친 4번째 창업열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천명하고 민간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각종 행정규제의 축소 및 철폐 와 자금 지원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창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였던 기존의 창업비용 및 행정절차를 획기적으로 철폐하거나 축소했다. 기존의 중국 '공상등기제도'에서는 창업 등기에 최소 3만 위안(약 560만원)이 필요하였지만, 2014년부터 최소 금액 규정을 삭제한 게 대표적이다..1위안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창업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160여 개의 행정절차를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등 규제완화도 속도를내고 있다.창업을 하기 위하여 각각 취득해야만 했던 영업허가증, 조직기구코드증, 세무등기증 3개의 증서를 하나로 통합한 ‘삼증합일’제도 시행에도 나섰다.
중앙정부의 이 같은 창업지원정책과 지난해 알리바바가 뉴욕시장에 25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 신규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등 성공신화를 쓰는 중국 기업인들이 늘면서 창업을 선호하는 중국의 젊은 인재들이 크게 늘었다.중관춘 창업거리의 활기는 이같은 흐름 속에 신개념 까페형 창업보육센터의 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이 함께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창업도 늘면서 실패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중국 중화전국청년연합회가 베이징에서 지난 18일 주최한 한중청년지도자포럼에서 중국청년사업을 주제로 걍연한 롄스(廉思)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사라지는 웹사이트들도 많다”며 “정부가 휴학한 뒤 창업하고 다시 복학할 수 있게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도 실패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해서다”고 설명했다.롄 교수는 그러나 중국에서는 창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또 다시 계속해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 무역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창업업체수는 하루 기준으로 2013년 6857개에서 지난해 1만2개에 이어 올 상반기 1만1055개로 급증하고 있다.
국제표준 70여건 탄생시킨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베이장의 창업거리는 중국 최대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의 일부일뿐이다. 창업공간이자 주요 국내외 기업들의 연구개발단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중관춘의 현재와 그 성공 배경을 짚어본다..
중관춘 지리적으로 행정구역 한곳에만 있지 않다.베이징에 16개 분원을 두고 있다.한국인이 밀집한 베이징 동북지역인 왕징에도 있다. 전체 면적이 488 ㎢에 달한다.
중관춘에 입주한 기업은 2만여개에 이른다.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등은 중관춘과 동반성장한 대표 기업들이다.이들 기업 가운데 연간 매출이 1억위안 이상인 곳이 2500여개에 이른다.이중 263개사는 상장사이다.징둥처럼 해외증시에 상장한 회사도 93개다.고용창출 규모도 189만명에 달한다.지난해 중관춘 입주 기업들이 올린 매출은 총 6000억달러로 전년 보다 17.2% 성장했다.
매출을 분야별로 보면 전자와 IT가 36%로 가장 많았고,그 뒤를 첨단제조(21%) 신소재(12%) 신에너지(10%) 등이 뒤를 이었다.
중관춘 입주 기업들은 중국 기술 선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IGRS 등 70여건의 국제표준과 600여건의 국가표준 기술이 중관춘에서 탄생했다.
중국 최대 인재 밀집지역이라는 지식 인프라가 중관춘의 고성장 배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개 국가급 교육기관이 몰려있다.국가급 중점 실험실도 112곳이나 된다.중국 전체의 30.6%에 해당하는 규모다.국가 또는 시 정부 급의 연구기관도 206곳에 이른다.
넘치는 벤처자금도 중관춘의 성장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벤처캐피탈의 2014년 지역별 투자 건수를 보면, 베이징이 629건으로 가장 많았다.상하이가 290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선전(163건), 장쑤성(160건), 광둥성(101건, 선전 제외), 저장성(95건)순이었다.베이징에서 벤처투자는 주로 중관춘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외국계 첨단기업들이 몰리면서 전문인재들이 넘쳐나는 것도 중관춘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중관춘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만 2600여개에 이른다. 글로벌500대 기업이 중관춘에 세운 연구개발센터와 같은 현지법인은 390여개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중관춘을 2020년까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혁신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