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일 포격 도발 직후 전통문과 서한을 통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도발의 목적이 우리 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북한군은 그동안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4일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 우리 군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은 무차별 타격을 경고했다.

북한 인민군 전선사령부는 지난 15일 '공개 경고장'을 통해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는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 행위이고 우리에게 선전을 포고하는 직접적인 전쟁 도발 행위"라며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맞불 작전으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우리 측 확성기 타격을 노린 훈련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직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주민들이 대피한 면사무소 대피소 안으로 라면 등 비상식량이 보급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확성기 방송에 민감한 이유는 대북 심리전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 김씨 일가 3대 세습과 비리, 독재 권력 내부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대북 확성기는 참을 수 없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물자가 부족하고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 입장에서 대북 확성기는 일종의 비대칭 전력으로 만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방 지역 11곳에서 가동 중인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로 하면 야간엔 약 24㎞, 주간엔 10여㎞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우리 군은 확성기 방송의 기존 형식을 벗어나 북한 군부 인물 처형 등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지구촌 소식, 날씨 정보, 음악 등 이전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예전에도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대북 심리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남북 대화 재개 조건으로 김정은에 대한 '모독' 보도, 한·미 군사 훈련 중단과 함께 심리전 중단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확성기 '주변 타격'을 넘은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북한이 조만간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는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한 군부는 자신들 때문에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데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유 원장은 "이번 도발로 남한 내에 전쟁 공포를 야기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게 하려고 했지만, 우리 군이 강하게 대응 사격을 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확성기를 조준 타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10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14.5 ㎜ 고사포를 쐈고 정부는 이후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금지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외에 과거에 철거했던 전광판을 다시 설치해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민간단체 수준에서 살포 중인 대북 전단을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