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을 겁니다. 소설가 이응준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우주를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썼더군요. 삶은 유한하지만 리스트는 무한한 법. 우리의 리스트를 지켜봐 주십시오./ 어수웅 기자

비주얼이 활자를 압도한 시대. 비주얼로 활자의 집을 안내해야 하는 북디자이너의 모순적 운명이라니. 우리나라 북디자인 1세대이자 개척자 격인 정병규(69) 선생에게 물었다. 그는 “보는 것은 읽는 것이고, 읽는 것은 보는 것이다. 보는 것은 원초적으로 읽는 것을 감싸고 있는 행위. 인간은 크게 이 두 가지를 통하여 세계를 이해한다. 근대에 들어와 보는 것이 지배적이 되면서 이 얽힘과 섞임이 분리됐다”고 했다.

건축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글로 옮기게 만드는 텍스트가 궁금했다. 건축가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이야기로 집을 짓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등 많은 책을 펴낸 이 건축가 부부의 추천 리스트.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4년간 일한 이 옥스퍼드 출신의 영국 기자는 어쩌면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 정치에 관한 통찰력 있는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문학동네)을 새로 펴냈다. 궁금했다. 이 영민한 영국 지성(33)을 매혹시킨 한국 텍스트는 무엇이었을까. 외신 기자들은 어떤 책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될까.

한 장 그림도 아니고, 빈터에 건물 짓는 일이다. 상상력이라면 건축가의 그것만큼 입체적인 게 또 있을까.

건축가 승효상의 상상력 원천은 책. 건축이란 타인의 삶을 다루는 일. 책으로 각양각색 삶을 대리 경험한다는 책벌레다. 대학로 사무실은 거대한 서재. 도면 그리는 책상보다 책 꽂힌 서가가 더 넓다. 6·25 직후 부산 피란민 마을에서 책과 뒹굴며 꿈을 키웠다.

한비야는 책벌레다. 고등학교 때부터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하고 있다. "친구와 내기로 시작한 건데 100권을 채우려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 저절로 재미가 붙었"단다. 그는 책읽기를 "인류의 보고(寶庫)라는 거대한 호수에 빨대를 꽂고 세상의 지혜와 지식, 이야기를 빨아올리는 즐거움"이라 표현한다. 대학입시에 떨어져 6년간 백수생활 할 때 갈 길을 일러준 것도 책이었다.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기도 한 그가 자신처럼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어 하는 청춘들에게 권하는 다섯 권의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