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 의무 지출 경비로? 백날 해봐라. 무시 해주마.”

김승환 전북교육감

만 3~5세 무상보육에 필요한 누리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전북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집회가 전북교육청 앞에서 이어지던 지난 5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김승환 교육감은 요지부동이었다. 4월 이후 전북만 어린이집 예산 지원이 끊겨 종사자들이 아우성인데도 김 교육감은 교육청 부담분을 포함한 누리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과의 대치 와중에 그가 조소하듯 이 글을 올린 것이다.

김 교육감은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정부 책임인데도 법률 아닌 시행령으로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들고 일어서자, 전북 도의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중재하고 나섰다. 도의원들이 ‘불통과 고집’, ‘독선’, ‘유아독존’ 등 막말 수준의 단어까지 섞어 그를 질타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한꺼번에 교육감실에 몰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6월을 돼서도 굽히지 않았다. 6월 23일 새정치연합 문제인 대표가 방문한 뒤에야 그는 문 대표와의 ‘공동선언’ 형식을 통해 추경 예산편성을 약속했다.

취약지역 중학생을 위한 삼성 드림클래스를 거부하기 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학생을 취업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글을 소신이라고 밝힌 김승환 교육감의 ‘나홀로’ 행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비 때마다 정부 교육정책에 맞서며 ‘불통(不通)’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 6월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김승환(정면·노란색 넥타이) 전북 교육감, 장휘국(흰 셔츠) 광주 교육감 등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2010년 7월 초선 교육감 취임 당일부터 교육부에 맞섰다.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전교조의 주장대로 ‘일제고사’라 부르며 ‘수험 선택권’을 주장했다. 그 다음 달엔 교육부 시책인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면서 학교와 소송에 휘말렸다. 교원 평가와 시국선언교사 징계,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그리고 지난해 전교조 전임자 학교복직 명령 등을 놓고도 정부와 정면 대립했다. 전북대 법대 교수로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그는 그때마다 ‘소신’, ‘교육철학’과 함께 ‘헌법적 가치’를 내세웠다.

전북도의회와도 불화도 취임 이듬해부터의 일이었다. 혁신학교 예산안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을 놓고 시작된 도의원들과 설전은 최근 삼성드림클래스 거부와 누리과정 예산 편성으로 이어졌다. 도의원들은 전북의 높은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과 5년 간 수능만점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현실 등을 들어 “김 교육감의 고집스런 교육철학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작년 6.4 지방선거에서 전교조 출신 후보로부터도 “싸움만 되풀이해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면서 학력신장과 교육재정 확보에 실패하고 교원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공격을 받았다.

그는 교수 시절 강성(强性) 사제인 문규현 신부와 함께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차분한 말씨에 친화력을 갖춰 전주 KBS-TV 시사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광주고법 전주부 유치에 앞장서기도, 군(軍)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이리중앙초등교 시절 뛰어난 주산과 암산 실력으로 광주 동성중-광주상고에 장학생으로 스카웃됐다고 한다. 상고 졸업 후 은행에 취직, 야간수업이 있는 건국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고대 법학과 대학원 석사과정과 군 복무, 2년의 회사 생활을 한 후 고대 법학과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결혼하면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100번 가까운 맞선 끝에 40세가 다 되어 결혼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전북 익산의 아파트에서 전주의 도교육청까지 통근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그는 진보세력들로부터 ‘교육청렴도를 높인 따뜻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 받는다. 인사에서든 사업에서든 어떤 청탁도 받지 말하는 지론이다. 그는 직원조회나 간부회의, 특강 등에서 ‘100원도 받아서는 안된다’, ‘껌 한통도 주고 받지 말라’, ‘민원인과는 밖에서 차 한잔도 마셔서는 안된다’고 경고해왔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밝히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과는 철저히 거리를 둔다. 그는 ‘진보’ 성향의 신문만 구독하고 있고, 불편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통화를 원치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삼성드림클래스 거부가 ‘반기업 정서’에서 비롯됐다는 기사에 대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삼성의 사업에 반대하면 기업의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논리학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 없는 삼성’ ‘국가의 무한대 특혜지원’, ‘국민의 희생’ 등을 들며 삼성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이에 반박하는 댓글 가운데 ‘자신의 그릇된 관념을 왜 아이들에게 대입하여 교육적 혜택과 기회의 여지를 거둬가느냐’, ‘삼성이 맘에 안들면 노동현장에서 싸워야지 왜 교육 수장의 자리에서 싸우느냐’, ‘대기업을 까면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벗으라’ 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취직에 목매다는 고3 담임을 다년간 맡아본 교사라는 네티즌은 “교육감님이 현장을 너무 모르시는 듯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글도 있었다. ‘세상 참 쉽게 사시니 부럽다. 세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삼성을 위해 희생하자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