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수(78·사진) 주일 한국 대사가 25일 취임 1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처음 임명받았을 땐 다들 (나이가 많은) 저를 보며 '건강이 받쳐줄까' 걱정 반, 호기심 반이셨는데, 지난 1년을 돌아보니 결근·조퇴한 적 없고, 만나야 할 사람을 못 만난 적도 없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4선 의원 출신이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도일(渡日)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귀국했다. 내무부 치안본부장과 충남지사를 거쳐 국회에 들어갔다. 2004년 은퇴했다가 2014년 주일 대사로 컴백했다. 그는 "'한·일의원연맹' 활동을 오래 해서 부임 후 바로 만날 수 있는 일본 정치인이 많았다"면서 "양국 관계가 아직 다 회복된 건 아니지만 한국 경단련과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이 7년 만에 회의를 여는 등 몇 년 만에 재개된 회의가 분야마다 여럿 있다"고 했다. 유 대사는 "양국 정상회담도 연내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대사는 지난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해 "누가 누구에게 뭘 잘못했는지 애매하게 표현하는 등 나무 하나하나를 보면 꼬집을 게 많지만, 숲을 보면 일본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본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담화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일본군위안부의 고통을 언급한 점, 기자회견 때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 점이 근거였다.
유 대사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 정도면 (아베 총리의 원래 입장에 비해)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한·일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도 다른 문제가 또 생기게 되어 있다"면서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도 '상대는 수천년을 같이 가야 하는 나라니까 문제를 극복하고 넘어서야겠다. 일이 생길 때마다 싸울 순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 재일동포 60만명이 고생한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