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환율 상승) 이후, 위안화 강세를 기대하며 중국 시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는 지난 5월부터 석 달 동안 약 9% 오르면서 강세를 지속했고,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금도 덩달아 늘었다. 중국본토채권이나 중국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올 들어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위안화 예금 몸집은 약 17조원까지 커졌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국 정부가 갑자기 위안화 환율 방향을 정반대로 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손해가 막심한 상황인데, 여기에 환차손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이중고(二重苦)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 증시 급락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던 위안화 예금이나 중국본토채권·기업공개(IPO)펀드 투자자들도 난데없는 위안화 평가 절하로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달 중국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는 주부 이모(42)씨는 "IPO펀드는 증시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최근 중국 증시 폭락에도 별 신경을 안 썼는데, 이번 환율 조정으로 가만히 앉아서 1주일 새 4% 손해를 봤다"면서 "위안화 약세가 진행될수록 펀드 수익률은 더 나빠질 텐데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전략실장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라면서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투자 차원이 아니라면 기존 투자분은 비중을 축소해야 하고 신규 진입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부터 중국 투자 비중을 전체 자산의 10% 이내로 낮춰야 한다며 위험관리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위안화 강세 노린 베팅 '된서리'
중국본토채권이나 중국공모주에 투자한 사람들은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적지 않은 환차손을 입게 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중국본토 채권펀드나 중국 공모주에 투자하는 IPO펀드는 대부분의 상품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에 대해 환헤지(선물환계약 등을 통해 펀드 매수·매도 시점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는 것)를 해두지 않는다. 환헤지 비용이 상당히 들어 펀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 대한 고수익 기대감에 더해서 위안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 보너스까지 기대한 투자자금이 끊임없이 몰리면서 중국 본토 채권펀드는 5510억원, 중국 공모주펀드는 7154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위안화 약세로 중국 본토 채권펀드는 1주일 새 최대 4.7% 손실을 냈고, 중국IPO펀드도 5% 가까이 원금 손실이 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중국채권펀드나 공모주펀드 자체의 손실은 거의 없었고 환율 충격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내려간 것"이라며 "환 손실분은 향후 채권 이자나 공모주 수익으로 일부 채워넣을 순 있겠지만 추가 절하가 이어지면 본전을 찾기까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 1%대 국내 정기예금보다 이자가 높다고 해서 위안화 예금(1년 만기 기준 금리 연 2.65% 수준)에 가입했던 사람들도 환차손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만 챙길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지난해 11월에 1000만원 상당의 원화를 위안화 예금에 넣은 사람이 현 시점에서 돈을 찾는다면 환율로 인한 이득은 1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면 연 3~5%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LS(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도 속상하긴 마찬가지다. 이 투자자들은 위안화 약세로 향후 원금만 돌려받게 되거나, 혹은 일부 마이너스가 난 상태에서 만기 상환이 예상되고 있다.
◇中 인민은행 "위안화 환율 양방향 움직일 것"
지난주 11일부터 사흘간 4.66% 절하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던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위안화 가치를 이틀 연속 올리면서 다소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중국 인민은행의 마쥔(馬駿)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위안화 절하로 환율 유연성이 향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폭으로 환율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은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환율전쟁에 가담할 필요가 없으며 그럴 의향도 없다"면서 "중앙은행이 향후 시장 개입에 나서더라도 위안화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며 '양방향'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을 크게 신뢰하진 않는 분위기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가 없다고 해도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위안화 추가 절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