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억의 시간
장현웅

Istanbul, Turkey, Jan 5,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Niagara Falls, U.S.A, Jan 4,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호기심, 카메라와의 만남

흔들리거나 흐릿한 사진, 뒷모습이나 여러 얼굴이 겹친 사진. 정확하고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들이 좀 더 분명하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잊혀가는 기억의 순간,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물건에서 가치를 발견해 이야기하는 장현웅은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도시를 계획하고 실제로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공간과 사람 그리고 사물을 다루는 학문, 사진도 어김없이 그렇다.

몰래 아버지 카메라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타이머를 맞춰 장난을 치며 동생과 사진을 찍었다. 그 때부터 장현웅과 사진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미지에 대한 관심, 미학적인 호기심이 있었는데, 그림으로는 잘 안되는 걸 표현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생 때 중고 카메라를 사게 됐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사진가 박현진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사진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 같아요.” 그 뒤 구본창 등 여러 사진가들과 만나며 사진에 대해 한층 더 진지하게 다가서게 됐다.

Dubai, U.A.E, Jan 4,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Tokyo, Japan, Jan 5,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노스탤지어, 기억을 그리는 폴라로이드

이미지의 표현 방식을 고민하면서 폴라로이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폴라로이드 사진집 『Anywhere Else: 어딘가에』(플레이그라운드, 2011), 『Polaroid Day: The Present』(플레이그라운드, 2011)를 기획하게 되면서 1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카메라와 필름을 활용해봤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카메라는 폴라로이드사에서 나온 SX-70.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만큼 일단 보는 것부터 즐겁고, 폴라로이드는 무엇보다 한 장 밖에 없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어요. 저도 요즘엔 디지털 RF(Range Finder)카메라를 즐겨 사용하지만 왠지 마음이 더 끌리는 건 폴라로이드예요. 항상 가지고 다니며 여행길에 만나는 이들에게 찍어서 바로 선물하는 추억도 생기고, 트랜스퍼를 이용하는 작업들도 즐겁죠. 제가 빈티지Vintage 느낌과 아련한 색감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난 십 여 년 동안의 여행의 감정을 담아낸 시리즈 ‘노스탤지어Nostalgia’는 폴라로이드 이미지 트랜스퍼Image Transfer의 수작업 방식을 최대한 이용했다. 여행길에서 소중했던 우연한 만남들은 돌아온 후 기억에서 쉬이 잊혀지곤 한다. 이미지 트랜스퍼는 판화와 비슷한 방식이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 동안에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묘한 느낌을 갖는다.

Indiana polis, U.S.A, Jan 4,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Tennessee, U.S.A, Jan 5,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Hanoi, Vietnam, Jan 4,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사진과 글, 두 가지 언어

2003년 여행 중이었던 뉴욕에서 갑작스럽게 비를 만나 한 대학 서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진집들을 보며 문득 사진과 관련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획하고 참여한 책이 모두 6권이다. 고등학생 때는 생일에 일기장만 열 몇 권을 선물 받았을 정도로 카메라 못지않게 글로 순간을 기록했던 그였다. 이제는 책을 통해 사진과 글, 두 개의 언어로 이야기를 건넨다.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을 만들다보면 글의 비중이 생각보다 더 늘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글의 장점은 공간의 제약 없이 상상했던 이야기들, 오래전 사진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사진을 찍었을 때의 상황과 느낌들을 독백처럼 말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두 가지 언어는 서로 보완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걸 느껴요. 한동안은 둘 다 친하게 지내보려 하지만 언젠가는 사진만으로, 글만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 갖지 않는 것들도 사진을 통해 보면 달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시간, 추억, 만남, 가치의 의미를 담은 사적인 시선의 또 다른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는 장현웅. 그는 내년 봄쯤 선보일 가족 에세이 책을 준비 중이며,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사진을 통해서 좀 더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

Tokyo, Japan, Jan 4,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Istanbul, Turkey, Jan 5,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NewYork City, U.S.A, Mar 11, Image Transfer on paper, 2006

사진가 소개
장현웅

한양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