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태극기가 게양됐지만 한편에선 태극기가 쓰레기와 함께 섞여 뒹굴고 있다. 오염되거나 훼손된 태극기를 거둬 소각해야 할 당국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는 게양·관리뿐 아니라 폐기할 때도 '대한민국 국기법(國旗法)'에 따라야 한다. 국기법 제10조는 '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이를 지체 없이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극기를 올바르게 다는 것만큼 올바른 방법으로 폐기하는 것도 국기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이 태극기를 개별적으로 소각하기 어렵고 화재 위험도 있어 국무총리 훈령 538호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민원실·주민센터 등에 국기 수거함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지난 8일부터 서울 시내 주민센터 가운데 76곳에 '낡은 태극기를 폐기하고 싶다'면서 태극기 수거함 설치 여부를 확인해봤더니 "설치한 게 없다"고 응답한 주민센터가 30곳에 달했다. 서울의 A 구청은 구청과 16개 주민센터 가운데 9곳이 태극기 수거함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주민센터 직원은 오염된 태극기를 소각하고 싶다고 하자 "태극기를 별도로 수거하지는 않는다"며 "의류 수거함이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안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일부 주민센터는 "태극기를 갖고 오면 소각은 해주겠다"고 했지만, 수거함이 마련되지 않은 관공서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14개 주민센터 가운데 6곳만 수거함을 마련한 B구 등 다른 구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수거함을 외진 곳에 방치해놓거나 설치된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자치센터도 적지 않았다.
서울 C구의 한 주민센터와 D구의 한 주민센터의 경우 눈에 잘 띄지 않는 2층 구석과 지하 주차장 입구에 수거함이 설치돼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찾은 서울 E구청 민원실엔 높이 1m 정도의 태극기 수거함이 있었지만 쓰레기로 가득 차 악취가 풍겼다. 구겨진 태극기가 수거함 밑바닥에 깔려 종이컵, 음료수 병, 빵 봉지 등과 뒤섞여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광복절 당일 각종 기념행사에 사용된 수기(手旗) 태극기도 함부로 버려질 가능성이 있다. 국기법에 따라 수기도 행사 주최 측에서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태극기 등 국가 상징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태극기를 개인이 소각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서 지자체에 설치된 수거함을 이용해 소각하는 방법을 가장 권장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에 태극기 수거함을 마련하라는 안내문을 보내고 행사 이후 폐기되는 태극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