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 그동안 시간 없다고 미뤄뒀던 일을 많이 했습니다. 책 솎아내기, 안 입는 옷 버리기, 고장 난 가전제품 수리 이런 것들 말입니다. 오래 쌓아뒀던 성가신 일들을 해치우고 나니 마음 창고가 넓어져서 책도 잘 읽히고 영화를 봐도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휴가 중 모임에 갔다가 들은 서은국 교수의 행복 강의도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릅니다. 반평생 행복만 연구했다는 서 교수가 쓴 '행복의 기원'이란 책도 샀습니다. 그는 "우리 뇌가 사람에 중독돼 있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의 진화 여정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뜻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조상이 된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던 매우 사회적인 사람들이었다." 사회성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는 겁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징은 또 있습니다. "탐욕스러울 정도로 먹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서 교수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게 아니고,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됐다"고 말합니다. 행복한 느낌을 주는 일을 따라가는 게 사실은 동물로서의 인간 생존에 가장 유리한 길이 된다는 것이지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설명하는 행복론입니다.

행복에 관해 꼭 알아둬야 할 것은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엄청나게 행복할 것 같지만 인간은 곧 적응해버리기 때문에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답니다. 또 엄청난 행운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문제들로 인해 행복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고 구체적인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책 한 권에 담긴 복잡한 얘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합니다. 자주 그럴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 되는 거지요. "먹고 모이고." 의외로 쉽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