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등 뒤로 두 손이 묶인 한 남자를 바닥에 눕혀 놓고 번갈아가며 발길질을 해댄다. 천장에 매달아 놓고 쇠막대기로 온몸에 전기 충격을 가하기도 한다.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면봉으로 귀를 찔러 잠을 재우지 않을 때도 있다.

지난 9일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살인 혐의로 체포됐던 한 남자가 수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해야 했던 사연을 보도했다. 중국 언론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남자는 수사 과정에서 지역 공안(경찰)의 모진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을 했다. 기사와 함께 실린 그림은 그가 겪은 고문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왼쪽 그림)바닥에 눕히고 발길질 - 중국 언론 매체 펑파이가 게재한 고문 관련 그림. "많은 사람이 나를 수없이 때리고 고문했다"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그림)귀를 쑤셔 잠 못자게 - 뉴욕타임스가 류런왕씨에게 제공받아 게재한 고문 그림. "면봉으로 귀롤 쑤시고 잠들지 못하게 했으며, 청력을 손상시켰다"라고 적혀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산시(山西)성 출신 류런왕(劉仁旺·53)씨. 류씨는 2008년 마을 관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공안은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백을 받아내려고 잔혹하게 고문했다. 결국 류씨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시인했고, 2010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형 집행이 연기되다가 2년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2013년엔 항소 끝에 누명을 벗고 무죄 석방됐다. 해당 사건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다. 옥살이는 끝났지만, 류씨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직업을 잃었고 가정도 풍비박산 났다.

류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내가 겪은 일을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며 여러 화가를 찾아다녔다. 대부분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를 꺼렸지만, 후난(湖南)성 출신 무명 화가 한 명만은 외면하지 않았다. 화가는 100위안(약 1만8000원)을 받고 류씨가 겪었던 일을 그림 6장으로 묘사했다. 류씨는 그림을 들고 언론사 등을 찾아다니며 중국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알리려 했다. 이례적으로 펑파이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일반적으로는 류씨 사건이 중국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중국 언론이 이례적으로 사건을 보도한 것에 주목했다.

펑파이는 작년 7월 "중국 제1의 시사 정치 매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처음 출범했다. 시진핑 정부의 역점 사업인 부패 척결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데 이어,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綱)이 간첩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 등을 특종 보도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