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국은 '정오쯤 정자 아래 석천수(石泉水) 길어다가 냉국 풀어놓고 보리밥 한 그릇 먹으며'(1928년 7월 1일자 별건곤) 보낸 대표적인 여름 찬거리였다. 고려 말 문인 이규보(李奎報)의 시문에 보이는, 순채를 차가운 국물에 넣어 먹는 순갱(蓴羹)을 가장 오랜 냉국의 기록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냉국은 '냉탕(冷湯)' '찬국' '창국'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일제강점기 출간된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년) '창국 만드는 법'에는 김창국, 외(오이)창국, 메역(미역)창국 세 가지가 나온다. 김창국 말미에 '창국이라 하는 것은 찬국이니 여름에 먹는 것이요 겨울에 차게 먹는 것은 청국면 외에는 업나니라 랭면과는 다르니라'라는 설명이 나온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창국은 고기를 볶아 넣거나 고춧가루나 파와 기름을 쳐서 먹는 약간 손이 가는 음식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냉국은 미역냉국이나 오이냉국이었다. 새콤한 맛이 나는 시원한 국물과 아삭거리는 오이의 식감이 어우러진 오이냉국은 더위로 잃은 입맛을 찾아주는 데 제격이다.

겨울 움파로 만든 파찬국은 시골 농가에서 흔히 만들어 먹었다. 쇠머리를 무르게 삶아 두껍게 썰어 냉수에 담그고 얼음을 넣은 후 풋고추·깨소금·파대가리를 넣어 술과 함께 먹는 쇠머리찬국도 있었고, 북어 껍질과 살을 불려서 장과 기름·파·후춧가루·깨소금·고춧가루와 비벼서 냉수에 넣고 초를 쳐 먹는 북어찬국(1931년 6월 23일자 동아일보) 같은 특이한 냉국도 있었다. 한국인은 그 밖에도 다시마냉국, 콩나물냉국, 두부냉탕 등 다양한 냉국을 만들어 먹으며 여름 무더위를 견뎌냈다.